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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버들개지3

봄은 지금 어디쯤 아스라한 봄의 기척, 조짐들 봄은 시방 어디쯤 오고 있는가. 어릴 적에는 그랬다. 출타한 아버지, 어머니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면 곰방대에 담배를 재며 할머니께서는 늘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니 애비(에미)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어디 뒤꼭지 한번 긁어 봐라.” 내가 긁는 뒤통수의 위치에 따라 아버지, 어머니의 귀가 시간이 점쳐지곤 했다. # 1. 낙동강 강변 강변 축대에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들개지가 눈을 틔우고 있다. 잿빛의 풍경 속에서 그 연록 빛은 아직 애처롭다. 강변을 지나는, 아직은 매서운 바람 속에도 옅은 온기가 느껴지니 봄이 그리 멀지는 않은 모양이다. # 2. 대구수목원 정월 초이튿날, 아들 녀석 면회 갔다가 들른 대구수목원 분재원에 핀 수양 매화. 꽃이 피면서 수양버들처럼 고개를 숙인.. 2022. 2. 22.
금오산 봄 나들이 난만한 봄, 첫 봄 나들이로 찾은 금오산 구미에 옮아오고 해가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가족은 금오산(976m)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이 생겨 짬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릎이 시원찮아서 무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고, 어차피 근처를 떠날 일도 없을 터, 서두를 까닭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지난여름에 가족들과 산책을 겸해서 채미정(菜薇亭)을 둘러보았고 가을에도 잠깐 들러 금오지 주변을 거닐었던 기억이 있다. 자라면서 먼빛으로 늘 바라보았던 산이지만 나는 아직 거기 오른 적이 없다. 아내는 케이블카라도 타 보자고 했지만, 나는 금오산을 그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아침부터 서둘러 금오산을 향한 것은 금오산에 당도한 봄빛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교정의 홍매화를 찍.. 2020. 3. 26.
거기 ‘은빛 머리 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었네 봉화 닭실마을을 찾아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봉화를 다녀왔다. ‘병아리 떼 종종종’은 아니지만 ‘봄나들이’다. 바람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연도의 풍경은 이미 봄을 배고 있었다. 가라앉은 잿빛 풍경은 예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햇볕을 받아 속살을 드러낸 흙빛과 막 물이 오른 듯 온기를 머금은 나무가 어우러진 빛 속에 이미 봄은 성큼 와 있는 것이다. 목적지는 봉화의 닭실마을. 도암정(陶巖亭)을 거쳐 청암정(靑巖亭), 석천정사(石泉精舍)를 돌아오리라고 나선 길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법전이나 춘양의 정자들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것. 풍경이 좋으면 거기 퍼질러 앉아서 보내리라 하고 나선, 단출하고 가벼운 나들이였다. 닭실마을의 충재 종택 마당에서 이제 막 봉오리가 벙글기 시작한 산수.. 2020.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