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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박인희2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박건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1969)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내가 태어나 처음 만난 대중가요였다. 그리고 그 노래가 주제가였던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은 내 일상에 충격으로 다가온 ‘서사(敍事)’의 세계였다. 말하자면 이미자의 노래는 내 유년 시절에 처음으로 열린, 낯선 세계로 열린 창이었던 셈이다. 초등학교를 졸업 후 막 ‘마포종점’이나 ‘소양강 처녀’ 따위로 유행가에 입문하면서 나는 고향을 떠났다. 나는 인근 대도시의 중학교 전기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의 한 공립 중학교에 합격한 것이다. 나는 신암동 산동네의, 삼륜 화물차 한 대를 부리던 맏형 내외의 단칸방에 얹혀살게 되었다. 까까머리 시절에 만난 박건의 노래들 그때, 라디오를 통해 익힌 대중가요가 박건의 노래.. 2020. 10. 15.
박인희, 혹은 사이먼과 가펑클의 ‘스카버러’ 박인희가 번안해 부른 사이먼과 가펑클의 ‘스카버러의 시장(Scarborough Fair)’(1966) 번안곡의 제목이나 노랫말은 원곡과 꽤 동떨어진 경우가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정서가 다르고 사물에 대한 표현이나 서사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번안곡으로 알게 된 노래는 원곡의 내용이나 표현과 무관한 것일 때도 적지 않다. 70년대를 전후하여 꽤 높은 인기를 누렸던 트윈폴리오의 노래 ‘웨딩 케이크(Wedding Cake)’나 조영남이 번안해 부른 노래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 같은 노래가 그 좋은 예다. 코니 프랜시스가 부른 원곡 ‘웨딩 케이크’에는 ‘사랑의 상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0년차 주부가 ‘결혼과 결혼 후의 삶’을 담담히 고백하고 있을 뿐이.. 2019.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