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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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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텃밭 농사] ⑰ 텃밭 농사,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진다 빻아온 고춧가루 세 근, 어쨌거나 ‘텃밭의 선물’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그러구러 8월도 하순이다. 긴 장마와 함께 무더위를 견디면서 우리는 기운이 좀 빠졌다. 병충해로 고추가 지리멸렬이 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고추는 7월 26일에 소량이지만 첫 수확을 했고, 31일과 지난 8월 11일에 이어 며칠 전인 19일에도 고추를 좀 따 왔다. 그간 따온 고추는 아내가 건조기로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안타깝지만, 고춧가루는 3근(1.8kg)에 그쳤다. 하긴 그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아직 따지 않은 고추에서 한두 근쯤 더 수확할 수 있다면 더는 고추 농사를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여름이 파장에 이르면서 제대로 거름.. 2023. 8. 24.
[2023 텃밭 농사] ⑯고추 농사에 좌절한 얼치기 농부, 박으로 위로받다 칼라병으로 망가진 ‘고추’, 그러나 올핸 ‘박’이 ‘효자’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 농사는 올해까지다 지난번에 홍고추 첫 수확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내용은 그리 개운한 게 아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가 10근에서 3근으로 짜부라든 것은 이런저런 정황을 고려한 셈속이었다. 26일에 이어 어제(70.31.) 다시 텃밭에 들러 익은 고추를 좀 땄다. [관련 글 : 첫 홍고추를 따다] 일단 곁에서 바라보면 밭의 고추는 장해 보인다. 검푸른 잎사귀에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고추가 실팍하고, 거기다 빨갛게 익은 놈은 풍기는 분위기는 가히 풍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업 방석을 깔고 앉아 홍고추를 따면서 우리 내외는 이미 맥을 놓고 있었다. .. 2023. 8. 1.
[2023 텃밭 농사] ⑮ 첫 홍고추를 따다 홍고추, 비록 한 줌이지만 첫 수확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가 익어가면서 병충해로 떨어지고 벌레 먹은 고추가 늘어나자, 방제에 대한 아내의 조바심도 커졌다. 일주일에 한 번쯤의 방제가 사나흘 간격으로 줄어든 건 그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고추고, 비가 워낙 잦으니 일정한 시간만 지나면 약제는 씻기니까 괜찮다고는 하지만, 사흘돌이로 약을 치면서 기분은 썩 개운하지 않다. 그간 텃밭에 들를 때마다 한 바가지씩 벌레 먹은 고추를 따내면서 속상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약이 병충해에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그걸 멈추지 못하니 개운한 마음은 한층 더 멀어진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밭에 들러 약을 쳤다. 그나마 지난번 .. 2023. 7. 28.
[2023 텃밭 농사] ⑭ 반환점을 돈 올 농사, 문제는 ‘고추 농사’다 가지·호박 수확은 생광스러워도, 해충과 맞서야 하는 ‘고추 농사는 힘겹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7월이니 올 텃밭 농사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마늘은 수확을 마쳤고, 가지, 호박, 박, 오이, 토마토 등은 익는 대로 따 먹는 중이고, 뒤늦게 파종한 대파와 들깨는 그만그만한 속도로 자라고 있다. 7월 10일과 7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서 텃밭에 다녀왔다. 오이는 이미 열대여섯 개, 호박도 적지 않게 따서 먹었다. 사진을 못 찍었지만, 제법 큰 박도 하나 따서 나물로 볶아먹었다. 방울토마토는 한 번 따긴 했는데, 설익어 먹기에는 마땅찮았다. 토마토는 제법 주먹보다 크게 자라긴 했는데, 도무지 익지 않는 것 같아서 산책길에 텃밭 농부에게 물.. 2023. 7. 18.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2017 텃밭 일기 5] 따, 말아? 감나무 꼭대기의 호박 감나무 꼭대기까지 오른 호박 바람 온도가 심상찮다. 한여름이 고비를 넘겼다 싶었는데 어느덧 계절은 가을로 곧장 들어서 버린 것이다. 갈아엎은 묵은 텃밭에 쪽파를 심은 게 지난달 말이다. 그다음 주에는 쪽파 옆에다 배추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건 정한 이치지만, 얼치기 농부는 제가 한 파종도 미덥지 못하다. 심긴 심었는데 쪽파가 싹이 트기나 할까, 배추 모종 심은 건 죽지 않고 뿌리를 내릴까 하고 지레 걱정이 늘어진 것이다. 어제 아침 텃밭에 들러 우리 내외는 새삼 감격했다. 쪽파는 쪽파대로 듬성듬성 싹을 내밀었고, 뿌리를 내릴까 저어했던 배추도 늠름하게 자라 있었기 때문이다. 밭 귀퉁이 한구석에서 볕도 제대로.. 2021. 9. 16.
[2021 텃밭 농사 ⑤] 마침내 고추가 익기 시작했다 1. 방제(防除), 방제, 방제……(7월 10일, 13일) “반풍수(半風水) 집안 망친다”라고 했다. 내가 이러쿵저러쿵 병충해 핑계를 자꾸 댄 뜻은 일종의 알리바이를 위해서다. 약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시시콜콜 이야기함으로써, 방제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의성서 농사를 짓는 내 친구는 내가 농약을 치는 걸 심상하게 받아들여 주었다. 그뿐 아니라 아무도 내가 농약을 치는 걸 따로 지적하거나 비난한 이는 없다. 그런데도 알리바이 운운하는 것은 한편으로 텃밭 농사에 굳이 방제까지 하려는 게 지나친 욕심이면서, 농약에 대한 이해나 인식의 부족 탓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음을 의식한 결과다. 7월 3일에 약을 치고 왔는데 일주일 후에 들렀더니 상태는 더 나빠져 .. 2021. 7. 18.
2020 텃밭 농사 시종기(3) 고추 농사 ② 처음으로 고춧가루 20근을 거두다 좋은 모종으로 시작한 고추 농사 올해는 고추를 심되 비싼 모종, 상인 말로는 족보가 있는 모종으로 심었다는 건 이미 말한 바다. 글쎄, 긴가민가했는데 고추가 자라면서 이전에 우리가 10여 년 이상을 보아온 고추보단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고 우리 내외는 머리를 주억거렸다. “암만, 돈을 더 준 게 돈값을 하는구먼.” “그러게. 엄마가 지은 고추가 전부 이런 종류였던가 봐.” 그렇다. 일단 키가 좀 훌쩍하게 크는데, 키만 크는 게 아니라 검푸른 빛깔을 띠면서 뻗어나는 가지의 골격이 심상찮았다. 고추가 달리기 시작하고, 그게 쑥쑥 자라서 10cm 이상 가는 예사롭지 않은 ‘인물’을 선보이자, 우리 내외는 꽤 고무되었다는 얘기도 앞서도 했었다. 처음으로 익은 고추는 지난 회에서.. 2020. 9. 24.
다시 무섬에서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 솟구쳐 흐르는 물줄기 모양 뻗어 내린 소백산 준령(峻嶺)이 어쩌다 여기서 맥(脈)이 끊기며 마치 범이 꼬리를 사리듯 돌려 맺혔다. 그 맺어진 데서 다시 잔잔한 구릉(丘陵)이 좌우로 퍼진 한복판에 큰 마을이 있으니 세칭 이 골을 김씨 마을이라 한다. 필재의 집은 이 마을의 종가(宗家)요. 그는 종손(宗孫)이다. 필재의 집 앞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나서면 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금 느티나무 밑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넓은 시내가 오대조가 여기 자리 잡을 때만 해도 큰 배로 건너야 할 강이었다고 했다. - 정한숙 단편소설 「고가(古家)」 중에서 시치미를 떼고 작가가 이르고 있는 작품의 배경이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이다. 작품에서야 ‘큰 배로 건너.. 2019. 9. 4.
박과 바가지, 그리고 뒤웅박 이야기 농촌의 일상, 자투리땅에도 재배하는 박 이야기 지난 주말에는 장모님 밭에 다녀왔다. 손을 못 대 하우스 안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좀 매고, 수확 시기를 놓쳐서 곯고 있는 고추를 따기 위해서다. 두어 시간 남짓 땀을 흘리고 나니 하우스 안 인물이 훤해졌다. 딴 고추는 하우스 한복판에 깔아놓은 천막지에다 널었다. 두어 시간 하우스 안에서 몸을 움직였더니 땀이 흠뻑 났다. 하우스에서 나와 밭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났다. 아내가 하우스에 오래 있으면 가끔 그렇다면서 쉬라고 했다. 사진기를 꺼내 이것저것 밭과 작물을 찍었다. 농로와 붙은 밭의 비탈면에는 박을 심었다. 적지 않게 따냈는데도 아직 열매를 맺기 시작한 놈부터 제법 굵어진 놈까지 박은 군데군데 열려 있다. 아내가 가끔 내어놓는 박나물도 여기서 .. 2019. 8. 11.
박과 박나물, 혹은 유전하는 미각 박과 박나물, 그리고 미각의 유전 아내가 장모님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고 오면서 박 몇 덩이를 가져왔다. 김치냉장고 위에 얹어놓은 박 두 덩이가 소담스럽다. 흔히들 맵시가 얌전한 사람을 일러 ‘깎아놓은 밤송이’ 같다고 하는데, 싱싱한 꼭지를 세우고 처연하게 서 있는 박의 모습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것이다. “깎아놓은 밤송이 같다더니…….” “그렇죠. 너무 사랑스러워서 칼을 대기가 망설여진다니까…….” ‘초가지붕 위의 박’은 이제 옛말 우리 어릴 적에는 박은 초가집 지붕마다 탐스럽게 익어가던 열매였다. 박속은 나물로 먹고 속을 파내고 삶은 박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썼다. 따로 재배할 땅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심어서 지붕 위로 줄기를 올려두면 저절로 자랐다.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데다 생활에 필요한 바가지.. 2019.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