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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민주주의13

[오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이후 대한민국은 얼마나 튼튼해졌나 [역사 공부 ‘오늘’] 2014년 12월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2013년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해산)했다. 헌재는 재판관 8(인용) : 1(기각)의 의견으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정부가 위헌 정당 해산제도에 따라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고, 헌재에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도 최초였다. 제1공화국 시기에 진보당이 정부의 처분으로 해산되었지만, 통합진보당은 불운하게도 위헌 정당 해산제도에 따라 해산되는 첫 정당이 되었다. 헌재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결정 사상 초유의 결정이 내려진 이 심판 사건은 이른바 ‘이석기 내.. 2023. 12. 19.
‘당선자(者)’와 ‘당선인(人)’, 혹은 ‘무례’와 ‘예의’ 사이 대통령 선거 당선 후보는 ‘당선자(者)’인가, ‘당선인(人)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이를 우리 언론에서는 ‘당선인’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기타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은 ‘당선자’인데도 대통령선거 당선자만 ‘당선인’으로 부른다. 언론 가운데선 만이 ‘당선자’라고 불러 다른 선출직의 호칭과 같이 쓰는 게 예외일 뿐이다. 주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립국어원도 두 용어를 섞어 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당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이 권력을 부여한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놈 자(者)’ 자 쓴 ‘당선자’ 대신 ‘당선인’ 원한 이명박 인수위 무.. 2022. 4. 12.
“선거를 축제처럼?” 여고 학생회 선거 풍경 학도호국단 체제였던 중등학교의 학생회가 직선제로 바뀐 것은 1988년부터다. 1987년 6월항쟁과 이어진 민주화 물결 덕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던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상당히 첨예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당선자는 소견 발표 때 두루마기를 입고 나와 보충수업으로 변칙 운영되던 ‘특별활동’의 ‘복권’을 내걸며 사자후를 내뿜었던 친구였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절이어서 학생부와 직선 학생회의 관계가 매끄럽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민주주의의 훈련과정에서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여겼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듯하다. 그리고 20년. 한때는 나아지는가 했던 학교는 더 공고한 입시체제로 가고 있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이 .. 2021. 7. 12.
‘뭇 보수’들에게 날리는 표창원 표 ‘보수’의 똥침 보수주의자 표창원의 발언들 “경찰 허위 발표로 당선…朴대통령 사퇴해야” “국정원 게이트, 정권 이익 위해 사법 정의 짓밟은 ‘쿠데타’” “법과 정의 짓밟은 박근혜, 더 이상 제겐 대통령이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야당 정치인이 내뱉은 말이 아니다. 모모한 재야 민주 투사의 일갈도 아니다. 그들의 말이었다면 그 말 속에 담긴 뜻은 그냥 의례적이거나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경찰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보수주의자’”( 연재 ‘표창원의 죄와 벌’의 필자 소개)다. 보수주의자 표창원의 ‘멘탈’ 표창원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자유인이 되었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게 항상 꿈’이었다는 이 보수주의자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이해·인식하되 그것과 어긋.. 2021. 6. 16.
6·2 지방선거(2010), ‘민심과 선택’ 2010년 지방선거 이야기 지방선거일 아침은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임시 공휴일이어서 투표를 마치면 남아도는 시간이 쏠쏠하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우리 가족은 10시 반쯤에 인근의 투표소를 다녀왔다. 딸애 말마따나 ‘투표하지 않아도 도움이 될’ 노인들만 우글대고 있지 않은가 싶었는데 뜻밖에 투표소는 한산했다. 투표하러 온 유권자보다 작지 않은 공간에 종사자들 수가 훨씬 많았다. 한 번에 넉 장씩 두 차례나 투표지를 받아서 기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삼 분에 지나지 않았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펴 놓으니 기도 안 찼다. 정말 아무리 들여다봐도 찍을 만한 데가 없었다. 6·2 선거, ‘국민의 승리’ 우리 가족은 미리 합의한 대로 기초와 광역 자치단체 의회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지에만 여물.. 2021. 6. 5.
‘떼법(法)’의 복수(?) 사용자와 권력의 담론, ‘떼법’은 어떻게 응전했나 ‘떼법’이라면 언제부터인가 귀에 익은 낱말이다. 이 낱말은 참여정부 때부터 유행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데 글쎄, 과문한 탓인지 내 기억은 긴기민가하다. 오히려 이 합성어는 현 정부 들면서 대통령이 “우리 사전에서 ‘떼법’이니, 정서법(情緖法)이니 다 지워버리자”라고 일갈한 이래 ‘불합리한 억지’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더 널리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떼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 유행어로 ‘파업하기 좋은 나라’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빗댄 표현으로 특히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었으나 이제 더 강력한 떼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떼’에는 다중, 억지라는 두 의미가 모두 있으니, 떼법은 숫자의 힘으로 밀.. 2021. 5. 2.
‘봄’은 ‘밥’이고 ‘민주주의’다 이성부 시인의 시편 ‘봄’을 읽으며 유난히 지난겨울은 추웠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 게 맞지만 고단하게 살아가는 헐벗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난겨울 추위는 혹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깥바람은 차고 맵다. 입춘 지나 어저께가 우수, 그래도 절기는 아는지 어느새 한파는 고즈넉이 물러나고 있는 낌새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지난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겨울의 막바지에 서 있지만 우리는 정작 이날을 겨울로 느끼지 않으며, 우리가 서둘러 온 이른 봄 가운데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계절 가운데 ‘봄’만큼 다양한 비유나 상징으로 쓰이는 게 또 있을까. 일찍이 이 땅에서 ‘봄’은 빛과 희망이었고, 해방과 독립이었다. .. 2021. 2. 21.
문재인 헌정 광고, ‘못다 한 꿈의 성찰’ 문재인 헌정 광고에 담긴 주권자의 꿈 정치인에 대한 광고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부터인 듯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불러일으킨 슬픔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장례를 전후해 지지자와 일반 국민이 진보 일간지 등에 추모 광고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글 바로 가기] 이들 광고의 주체는 주로 시민들이었다. 베이스볼파크와 MLB파크 회원들, 82cook,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 DVD 프라임 등의 동호인 모임이 주축이 된 이들 시민이 마련한 광고는 기왕의 정치광고와는 다른 매우 감성적이고 세련된 언술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또 한 번 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고인이 다시 태어나 ‘바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나라의 .. 2021. 1. 11.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와 근대 버리지 못하는 왕조 시대의 언어들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강제 병합되면서 봉건왕조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이 난만한 민주주의 시대에도 왕조시대의 수직적 질서와 관련된 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시절의 권위적 언어가 남은 것은 20세기의 100년으로도 완고한 봉건적 질서를 넘기가 간단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사(下賜), 왕조시대의 언어들 뜬금없이 ‘봉건’을 얘기하는 것은 한가위를 앞두고 대통령이 군 장병에게 특별휴가와 간식을 주기로 하면서 쓴 ‘하사(下賜)’란 표현으로 인한 논란 때문이다. 굳이 국어사전을 펴보지 않아도 ‘하사’가 왕조시대의 언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으로 풀이된 하사의 ‘사(賜)’는 ‘주다’의 뜻이긴 하다. 그러나.. 2020. 9. 23.
‘역사’를 거부하는가 - 5·18의 수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뺀 정부 서른세 돌을 맞는 5·18광주민중항쟁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반역사, 몰역사적 극우세력의 준동이 일상화된 가운데 수구 종합편성채널조차 비열한 방식으로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에 가담했다. 끝내는 정부에서도 행사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의전에서 빼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공식 기념곡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이유가 거의 만화 수준이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노동·진보단체에서 민중 의례 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며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2020. 5. 16.
박정희 ‘신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민의 탄생’ 나이 든 지지자들조차 탄식… ‘묻지 마 지지’ 위험성 잘 보여줘 대통령의 유고(有故)다. 마침내 대통령 박근혜는 ‘전임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11시 21분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 사건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주문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네 어절로 된 문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어 온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건을 간단히 매듭지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1일 만이었다. 헌재 선고 이후의 변화를 다투어 전하는 뉴스 가운데는 ‘군부대 대통령 사진 철거’ 소식도 끼어 있다. 국방부에서 .. 2020. 3. 16.
[근조] 고문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 김근태 전 의원,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어제저녁 YTN에서 오보가 떴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숙연히 애도하는 걸 보면서 그가 남긴 자취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풍운아였음에도 시대가 품어주지 못한 이다.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이미지에 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적 겸손과 진정성을 느끼곤 했다. 나는 그가 고통스럽게 지나온 7, 80년대의 민주화 투쟁과 무관하지만, 80년대의 끄트머리에서 교육 민주화 운동의 말석에 참여한 것을 통해 그에게 동지적 연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도봉구에서 낙선했을 때, 나는 내가 모욕받은 듯한 치욕을 느.. 2019.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