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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문화유산2

[한글 이야기] 젺어 보기, ‘고장 말’의 정겨움 ‘겪다’를 ‘젺다’로 쓰는 경상도 말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서 군대 생활 빼고는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당연히 경상도 고장 말에 인이 박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수업 때 쓰는 ‘말’을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초임 시절엔 딴에는 표준말을 쓴다고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억양이야 타고난 지역의 그것을 버리기 어렵지만, 일단 어휘는 공인된 표준말을 썼다. 자주 ‘ㅓ’와 ‘ㅡ’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서 뜻한 바는 얼마간 이루었다. 강원도에서 전학 온 아이가 다른 교사들의 수업은 잘 알아듣지를 못하지만 내 수업은 힘들이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표준말 정책이 고장 말을 열등한 존재로 밀어냈다 경력이 늘고, 나이가 들면서 수업 언어로 굳이 ‘표준말.. 2019. 10. 11.
펜화, 마음 끝에 스치는 사경(寫經)의 철필 소리 [서평]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은 사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더러 풍경이나 사물을 담기도 했지만 전 시대의 필름 카메라는 주로 사람을 찍는 데 한정되었으니 그것은 만만찮은 비용 때문이다. 필름 구매에서부터 현상과 인화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큰돈은 아니지만, 줄곧 드는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인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디카’의 등장은 그런 여가 문화를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이름난 유적지나 명승지에선 디카를 들고 풍경이나 유적을 담는 사람들로 붐빈다. 필름 걱정도 인화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파일로 보관하거나 필요한 것만 인화할 수 있으니 그 비용은 최소한에 그친다. 바야흐로 디카는 이 디지털 시대의 총아가 된 것이다. 유적이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우리는 무심결에 거기 의.. 2019.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