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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매천 황현4

[오늘] 포의(布衣)의 선비 황현, 망국의 책임을 대신하여 자정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10년 9월 10일, 매천 황현 순국 1910년 오늘,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월곡마을 대월헌(待月軒)에서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은 열이틀 전(8월 29일)에 한일합병조약이 발효됨으로써 명운을 다한 조선왕조에 대한 한 선비의 마지막 의리였다. 칠언절구의 우국시(憂國詩) 몇 수와 유서로 매천이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기 전에 성찰한 것은 지식인의 삶이었다. 매천, 죽음 앞에서 지식인의 삶을 성찰하다 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희어졌구나. 몇 번 목숨을 버리려 하였건만 그러질 못하였네. 하지만 오늘만은 진정 어쩔 수가 없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구나. 요사한 기운 뒤덮여 천제성(天.. 2023. 9. 10.
매천사, 망국의 치욕에 선비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③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매천사(梅泉祠)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우리 여정에 ‘매천사(梅泉祠)’는 들어 있지 않았다. 노고단에 올랐다가 내려와 하동 쪽으로 길을 재촉하던 때에 나는 얼핏 ‘매천사’라는 이정표를 보았고 차를 돌렸다. 글쎄, 구례에 와서 매천사를 지나면서 그냥 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매천사는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에 있는,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생전에 선생이 살았던 곳에 후손과 지방 유림이 1955년에 세운 사당은 앞면 3칸·옆면 1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1984년에 전라남도의 문화재자료 제37호로 지정되었다. 매천은 전라남도 광양 출신.. 2022. 7. 23.
‘황도(皇道) 유학’의 이명세, 그 손녀 이인호 황도 유학자 이명세와 그 손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78)가 의 이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그의 조부의 친일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인이라면 웬만한 정보는 얼음같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지명도가 높은 문인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면서도 그의 조부의 신상명세가 드러나게 된 데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아래 ) 덕분이다. 이사장 이인호, 그의 조부 이명세 에 이명세(李明世/春山明世, 1893~1972)는 ‘유림(儒林)’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세는 경학원(經學院) 사성(司成)과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경학원과 조선유도연합회는 일제의 총독부 식민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육기관(경학원)이거나 친일 유림조직이다. 비단 불교나 천주교·개신교만이 아니라 전통 종교윤리라 .. 2020. 3. 4.
장엄하여라, ‘우국(憂國)의 황혼’이여 [항일의 땅과 인물 ③]자정(自靖) 순국(殉國)의 넋들과 향산 이만도 20년도 전의, 오래된 얘기다. 어느 여학교의 역사 시간이었다. 교사는 문득 ‘망국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물었겠다. 그것도 매우 근엄하게.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일제히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이클 잭슨 생일요! 경술국치와 ‘마이클 잭슨의 생일’ 사이 1910년 8월 29일은 이른바 ‘경술국치’일이다. 그날, ‘한국 정부에 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제에 넘겨줄 것을 규정한 합병조약에 따라 27대 519년 만에 조선 왕조는 그 명운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때로 화석이 된다. 아이들에겐 그날이 역사 교과서 속에서 만난 봉건 왕조가 사라진 날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한.. 2019.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