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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만휴정2

아이들과 함께한 ‘사과밭 열매솎기’ 아이들과 함께 한 농가 봉사활동 우리 학교에는 동아리가 꽤 많다. 연극, 영상, 요리, 과학, 역사, 문학, 미술, 풍물, 방송, 봉사 등 각 영역별 동아리가 순전히 저희 힘으로 꾸려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찔끔 예산을 지원하고, 지도교사를 배정하는 게 다인데도 아이들은 학교 축제 말고도 매년 한두 차례씩 발표회나 전시회를 빼먹지 않고 치러낸다. 봉사동아리를 맡다 연극 동아리를 한 해 맡아보고 난 이후, 나는 동아리 지도교사 노릇을 사양해 왔다. 동아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선후배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체제다 보니 활동의 형식과 내용이 손댈 수 없을 만큼 굳어져 있는 동아리가 많다. 그런 걸 섣불리 고치겠다고 덤비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다. 공부는 바쁘고 활동 시간은 적다. 그러면서도 일.. 2021. 6. 4.
그 정자에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보인다 [안동 정자 기행 ①]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만휴정(晩休亭)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시가(詩歌)를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어쩌면 스스로 엮고 세운 ‘띠집’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치적 부침에 따라 출사와 퇴사, 유배를 거듭하다 말년에 귀향한 이들 사대부가 하나같이 노래하는 것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인데, 이는 그 띠집의 중요한 들보인 듯하다. 선비들이 지향한 청빈의 삶 ‘가난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이 명제는 다분히 관습화된 이데올로기의 냄새를 풍긴다. 유배지의 문신들이 눈물겹게 노래하는 ‘님’에 대한 ‘단심(丹心)’이 분홍빛 연정이 아니라 저를 버린 임금에게 보내는 정치적 구애인 것처럼, 그것은 향촌에서 보내는 만년의 삶에 대한 일종의 강박으로 느껴.. 2019.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