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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로맨티시스트2

동행(同行) 다시 만난 20년 전의 제자들 공교롭게도, 하기야 이 세상에 공교롭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꼭 한 달 만에 두 명의 옛 제자를 만났다. 이미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이자 지어미인 여제자를 만난 감회는 남다르다. 과장해 말하면, 내 ‘과거’가 그들의 ‘현재’에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두 아이는 내가 초임으로 근무했던 경주지방의 한 여학교에서 내리 세 해를 내게서 국어와 문학을 배웠던 소녀들(!)이었다. 신입생과 초임 교사로 만나 졸업할 때까지 담임으로, 담당 교사로 만났으니, 그 인연의 무게가 만만찮은 셈이다. 그 시절의 갈피마다 서린 내 열정과 과잉의 의욕, 숱한 오류와 실패와 잘못을 나는 부끄러움으로 그러나, 따뜻하게 떠올린다. 스물아홉의 혈기방장한 청년이 열일곱 소녀를 만났다면 그들이.. 2021. 1. 31.
허균, 자유와 혁명을 꿈꾼 로맨티시스트의 초상 [서평] 허경진 지음 (돌베개, 2004) 허균을 처음 만난 건 여느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홍길동전』을 배우면서였다. 세상을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 또는 ‘우리 편’과 ‘남의 편’으로 이해하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화 형식으로 읽은 홍길동의 초인적 힘과 종횡무진의 활약상, ‘활빈도’가 주는 낭만적 매력 따위에 푹 빠지긴 했지만, 지은이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평가를 외기에 바빠서 역시 저자를 의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허균(1569-1618)을 우리 중세를 살다 간 한 사람의 걸출한 작가로 이해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우리 문학을 가르치면서 비로소 홍길동이 적서차별이라는 중세적 세계관과 모순에 맞서 싸웠던.. 2019.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