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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된장3

[2023 텃밭 농사] ③ 홍산 마늘, 싹은 올라왔는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홍산 마늘의 발아 마늘 심은 지 9일째인 어제, 텃밭을 찾았다. 드디어 유공 비닐의 구멍마다 마늘 싹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싹을 틔우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아내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마늘을 심은 부분이 그렇다면서, 냉장고에 보관한 마늘은 싹이 안 트는가 보다, 자못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는 기다려보자, 그러나 싹이 안 트면 방법 없다,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했다. 조금 있다가 아내는 비닐 구멍 안을 살펴보더니, 밑에 싹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첫 농사란 건 언제나 힘든 법이다. 마늘 농사 유튜브를 살펴보니 한 2주쯤 지나면 싹이 거의 다 올라오는데, 마늘 싹이 비닐 .. 2022. 10. 18.
[2010 텃밭일기 ③] 햇상추를 비벼 먹으며 어제는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텃밭에 들렀다. 부지런한 농군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밭에 미리 나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이랑에 비닐을 덮어준 선배다. 그도 일찌감치 밭을 둘러보러 나온 것이다. 빠진 데 없이 잘 가꾸어진 밭은 빗속에서도 시퍼렇게 살아난 작물들의 풀빛으로 한껏 그윽해 보였다. 며칠 만인가. 한 일주일가량 못 본 사이에 밭은 무성해졌다. 감자와 고추, 상추와 쑥갓, 콩과 고구마, 토마토와 열무 따위의 작물들이 뿜어내는 생기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 텃밭 머리에 선배가 뿌려준 상추와 쑥갓이 빽빽하게 자라 있었다. 아내와 나는 감격의 탄성을 내질렀다. 솎아 주어야 할 만큼 잘 자란 상추와 쑥갓 앞에서 우리는 행복했다. 고추와 가지는 이제 제법 늠름하게 자리 잡았다. 말라죽은 것처럼 .. 2020. 6. 22.
‘된장녀’도 콩잎쌈에는 반해버릴걸! 피로 유전하는 한국인의 원초적 미각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은 미각인 듯하다. 미각은 단순히 맛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그 애환을 기억해 내는 까닭이다. 갓 구워낸 국화빵의 바스러질 것 같은 촉감, 학교 앞 문방구의 칸막이 나무상자의 유리 뚜껑을 열고 꺼낸 소용돌이 모양의 카스텔라가 온몸으로 뿜어대던 황홀한 냄새를 기억할 수 있는가. 깊은 밤 완행열차에서 목메어 가며 나누어 먹던, 껍질 벗긴 찐 달걀의 매끈한 몸뚱이가 선사하는 감촉 따위를 기억하시는가. 그것도 단순한 맛이 아니라, 우리들 가난한 성장의 길목에 명멸해 간 한 시대의 추억으로 그것을 되새길 수 있으신가. 이 질문에 선선히 답할 수 있다면 그는 한국전쟁 후 태어난, 이른바 제1차 베이비붐 세대라 해도 크게 틀리지 .. 2019.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