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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동시대인3

‘시니어’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당신들에게 2012학년도 방송통신고 졸업에 부침 지난 17일로 방송통신고등학교의 2012학년도가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3학년 3반의 서른한 명 늦깎이 학생인 당신들의 감격스러운 졸업과 함께 말입니다. 사흘 전에 치러진 본교 졸업식 때와는 달리 저는 오랜만에 정장을 갖추어 입었습니다. 반드시 졸업반 담임이어서는 아니라 무언가 정중하게 이 의식 앞에 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에겐 그렇고 그런 한 해에 그칠지 모르지만 당신들에게 지난 삼년의 의미는 매우 각별했을 터입니다. 그 삼년은 이 나라의 고교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요. 그러나 당신들에게 지난 세 해는 단순히 햇수로만 따질 수 있는 날은 결코 아니었지요. 이 ‘졸업’의 의미 한 해라고 해도 등교해야 하는 날은, 하루 7시간의 수업이 기다.. 2021. 2. 22.
그 아이들과의 10년, 1998년에서 2008년까지 약속대로 10년 만에 다시 만난 제자들 10년이란 시간 속에 담긴 변화와 그 의미는 어떤 것일까. 꼭 10년 전(1998년)에 나는 한 시골 고등학교의 3학년 담임을 맡았다. 인연이 닿아서였겠지만, 1학년 때에 이어 두 번째로 나는 그 아이들을 만났다. 이미 서로를 알 만큼은 아는 사이여서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한 해를 함께했다. 이듬해 2월 아이들이 졸업할 때, 10년 후쯤에 꼭 한번 만나자며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이태쯤은 아이들과 내왕을 했다.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아이들은 추렴하여 나를 안동의 삼겹살집으로 초청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사내아이들이 입영을 시작하면서 연락이 뜸해지더니 4, 5년 전부터는 아예 연락이 끊어졌다. 고1, 고3 두 차례나 담임으로 만난 시골 아이들 이 아이들의.. 2019. 3. 22.
밀양, 2006년 8월(2) 초임 학교에서 가르친 ‘첫 제자’, 큰아기들을 만나다 친구들과 작별하고 교동 사무소 앞 쉼터에서 만난 다섯 아이(부인이라고 말하는 게 더 합당하겠지만, 여전히 그녀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사제’라는 관계망을 벗어나지 못한다)와 나는 성급한 안부를 나누는 거로 말문을 텄다. 영주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한 아이와 밀양에 살고 있는 친구를 빼면 나머지 셋은 꼭 1년이 모자라는 20년 만에 만나는 셈이었다. 이들이 졸업의 노래를 합창하고 여학교를 떠난 게 1987년 2월이고, 지금은 2006년인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녀들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던, 넘치는 열정 때문에 좌충우돌하던 청년 교사는 ‘쉰 세대’가 되어, 이제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불혹을 바라보는 성숙한 부인이 된 옛 여고생들과 다시 만.. 2019.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