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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동백2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 2020. 3. 29.
봄, 매화, 권주(勸酒) 벗이 보내준 권주시 한 편, 그리고 매화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여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친구 박(朴)이 카톡으로 한시(漢詩) 한 수를 보내왔다. 제목은 권주(勸酒), 우무릉이라는 이가 쓴 시다. 뜬금없이 웬 권주냐고 되받으면서 시를 읽는데, 그 울림이 썩 괜찮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니 우무릉(于武陵·810~?)은 당나라 때의 방랑 시인이다. ‘금굴치’는 손잡이가 달린, 금색을 칠한 잔이라고 한다. 그 한 잔 술을 권하면서 화자는 상대에게 사양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예사로운 듯하지만, 뒤의 두 구절 뜻이 이래저래 밟힌다. 꽃필 때면 늘 비바람 거세고, 인생살이 이별도 많다……. 때마침 꽃이 피는 때다. 교정의 홍매화가 어저께 봉오릴 맺더니 어느새 연분홍 꽃잎을 열었다... 2019.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