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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도암정2

거기 ‘은빛 머리 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었네 봉화 닭실마을을 찾아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봉화를 다녀왔다. ‘병아리 떼 종종종’은 아니지만 ‘봄나들이’다. 바람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연도의 풍경은 이미 봄을 배고 있었다. 가라앉은 잿빛 풍경은 예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햇볕을 받아 속살을 드러낸 흙빛과 막 물이 오른 듯 온기를 머금은 나무가 어우러진 빛 속에 이미 봄은 성큼 와 있는 것이다. 목적지는 봉화의 닭실마을. 도암정(陶巖亭)을 거쳐 청암정(靑巖亭), 석천정사(石泉精舍)를 돌아오리라고 나선 길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법전이나 춘양의 정자들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것. 풍경이 좋으면 거기 퍼질러 앉아서 보내리라 하고 나선, 단출하고 가벼운 나들이였다. 닭실마을의 충재 종택 마당에서 이제 막 봉오리가 벙글기 시작한 산수.. 2020. 3. 20.
‘푸른 바위 정자’에서 산수유 벙그는 봄을 만나다 [정자를 찾아서] ②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청암정(靑巖亭)’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내복은 물론이거니와 양말도 두 켤레나 껴 신고 나는 지난 1월을 넘겼다. 해마다 겪는 겨울이건만 여전히 멀기만 한 봄을 아련하게 기다린 것은 처음이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한 셸리(P. B. Shelly)의 시구가 싸아하게 다가왔다. ‘마음의 여정’, 혹은 ‘기억의 복기’ 청암정을 찾아 봉화로 가는 길은 ‘마음의 여정’이다. 새로 길을 떠나는 대신 나는 컴퓨터에 갈무리된 2010년의 봄을 불러냈다. 거기, 지난해 3월에 아내와 함께 서둘러 다녀온 닭실마을이 막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산수유 꽃눈에 내리던 이른 봄의 햇살과 석천계곡에 피어나던 버들개지……. 나는 그저 사..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