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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데이트하다3

‘핫(hot)하다’와 ‘뜨겁다’ 사이 영어와 한글의 ‘이종교배’ ‘핫(hot)하다’ 영자 알파벳과 우리말 접미사 ‘-하다’의 이종교배(異種交配)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게 벌써 4년 전이다. 세계 최강국의 언어이면서 국제어의 지위를 얻은 영어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주류 언어로 등극한 지 오래다. 영어 능력은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스펙일 뿐 아니라, 주류 상류 사회로 진입하는 필요조건이 되었다. [관련 글 :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 ] ‘핫하다’와 ‘뜨겁다’, 알파벳과 한글 사이 그럴수록 우리말에서 가장 생산적인 조어 능력을 자랑하는 접미사 ‘-하다’와 결합한 영자는 늘어만 간다. 아직 사전에는 ‘데이트하다, 드라이하다, 패스하다’ 같은 말만이 올랐지만, 우리 사회에 널리 통용되는 이 이종교배형 용언은 계속 확장되고 .. 2020. 6. 20.
고데기와 ‘머리 인두’ 일본어 ‘고데기’의 대체어 ‘머리 인두’?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일본어는 꽤 많이 사라졌다. 우리 세대가 알고 있는 어떤 일본어를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우리말 순화가 진행되어 온 세월에 비기면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양복저고리’와 ‘마이’ 양복저고리를 일러 ‘마이’라고 말하는 아이와 어른들이 적지 않다.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마이’를 뇌는 여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자면 거북하기 짝이 없다. 대체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양복저고리’도 좋고, 그냥 ‘상의(上衣)’라도 괜찮고, 그것도 마땅찮으면 ‘재킷((jacket)’이라도 써도 좋을 일이다. ‘마이’는 싱글 양복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타마에(かたまえ)에서 왔다. 이 말이 우리나라.. 2020. 3. 16.
[한글 이야기]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 한글과 영어의 ‘이종교배’ 십여 년 전 일이다. 휴대전화를 새로 바꾸었는데 이 물건이 좀 얇고 날씬한 놈이었다. 이를 본 젊은 여교사가 탄성을 질렀다. “야, 슬림(slim)하다!” 언젠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발을 끝낸 미용사가 내게 정중하게 물었다. “샴푸(shampoo)하실래요?” 나는 접미사 ‘-하다’를 영어와 그렇게 붙여 써도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 느낌이었다. 우리말 ‘조어법(造語法)’(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법)의 큰 줄기는 파생법과 합성법이다. 단어를 형성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 부분을 ‘어근(語根)’이라 하는데 이 어근에다 접사(어근에 붙어 그 뜻을 제한하는 주변 부분)를 붙여서 만드는 게 파생어니, 파생법은 이 파생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어근에다 새로운 어근을 .. 201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