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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대웅전6

솔숲 속 송림사, 돌아와서야 참 아름다운 절임을 알았네 칠곡군 가산면 송림사(松林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팔공산 송림사를 찾은 건 이태 전인 2021년 10월이다. 칠곡에 있는 대학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팔공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으니 자주 절 앞을 지나다녔지만, 정작 거기 제대로 들른 기억이 없다 싶어서였다. 처음 송림사에 들른 건 아마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송림사, 고교 때부터 찾은 절집 송림사가 있는 동명은 거기 산 적도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들어본 이름이어서 익숙해진 고장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동명 아저씨’라고 부른 먼 친척이 우리 집에 한동안 머물렀었다. 조그만 아이에게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어 줄 만큼 친절한 분이었는데, 그가 동명 사람이었.. 2023. 8. 20.
‘고색창연’은 없어도 최초의 ‘총림’으로 수행 도량이 된 절집 [남도 기행]①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암산(白巖山) 백양사(白羊寺)(2023.6.20.)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퇴직 동료와 함께 1박 2일 예정으로 출발한 남도 기행의 첫 목적지로 백양사가 선택된 것은 필암서원을 가려면 백양사를 거치는 게 편해서였다. 애당초 남도로 가자고 제안했을 때, 백양사는 선택지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해남까지 가는 길, 일부러 장성에 들렀는데 백양사를 빼놓으면 서운할 것 같아서 목적지 하나를 더 욱여넣은 것이었다. 남도기행의 첫 목적지, 필암서원 가는 길에 들른 절집 한 번도 가지 못한 어떤 곳을 우리는 자신의 단편적 배경지식과 어설픈 상상력으로 버무리곤 한다. 내게 백양사는 1987년 6·10민주항쟁 당시 민.. 2023. 7. 4.
가을의 끝, 천등산 봉정사(鳳停寺) 봉정사, 봉황이 나래를 편 천하의 명당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한 절이다. 그러나 그 역사만큼 기림을 받은 절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웃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부터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자리를 물려받은 극락전으로나 기억되던 이 절집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떠오른 것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다녀가고서부터이다. 유럽의 이 할머니 임금은 나중에 안동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안동 토박이들로부터는 그리 고운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왕의 방문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 한적한 절집에 전국에서 불자들이 밀려오자, 봉정사는 그예 본사인 고운사조차 받지 않는 입장료를 징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게 여왕이 천등산 산행을 .. 2021. 12. 10.
화왕산 기슭에서 ‘용을 보다’ 돌담과 돌장승의 절집, 관룡사(觀龍寺) 기행 고통스러운 중생의 삶이 ‘이 언덕(차안:此岸)’에 있다면 바다 건너 ‘저 기슭’이 바로 피안(彼岸)이다. 그것은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일’, 즉 바라밀다이다. 피안은 생사의 바다를 건넌 깨달음과 진리, 무위(無爲)의 언덕을 뜻하니, 열반 곧 니르바나의 경지를 이르기도 한다. ‘번뇌가 소멸하여 삶과 죽음마저 초월한 상태로서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바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고통 없는 피안의 세상으로 건너갈 때 타는 상상의 배가 바로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반야는 ‘진리를 깨달은 지혜’, ‘바라밀다(彼羅蜜多)’는 ‘피안의 세계로 간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절집은 흔히 깨달음을 얻어 도달해야 할 피안의 세계를 향하는 배와 같은 모.. 2020. 7. 12.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문경 사불산(四佛山)에 깃든 두 산사, 윤필암과 대승사 문경시 산북면은 예천과 충북 단양을 이웃으로 둔 조그만 산골짜기지만, 공덕산(913m)과 운달산(1058m)에 유서 깊은 옛 가람 두 곳을 품고 있는 동네다. 예천 문경 간 도로에서 단양으로 빠지는 길을 십여 분 달리다 이르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골라 가다 보면 또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편으로 가면 들게 되는 운달산 김용사(金龍寺)와, 오른편 산길을 올라 만나는 사불산 대승사(大乘寺)가 그곳이다. 사불산(四佛山)은 공덕산의 다른 이름이니 그 이름 속에 이미 만만찮은 설화를 품고 있다. ‘천강사불(天降四佛) 지용쌍련(地聳雙蓮)’의 대승사 창건 설화는 삼국유사(권3 탑상 4 사불산, 굴불산, 만불산)에 아래와 같이 전한다. “죽령 동쪽 백여 리 지점에.. 2020. 1. 29.
불국사의 발견, 또는 재발견 길라잡이 따라 불국사 답사, 불국사의 ‘발견’ 5월 첫날에 불국사(佛國寺)를 다녀왔다. 지난 3월 첫날의 ‘대구 근대 투어’에 이은 두 번째 답삿길이었다. 훌륭한 길라잡이는 답사객의 눈을 뜨게 해 주는 법, 나는 이웃 블로거 초석이 들려주는 불국사를 기대했고 그것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불국사, 첫 아이가 말문을 튼 곳 불국사는 아마 내가 난생처음 찾은 절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향 주변엔 절이 드물었고, 부모님은 불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거쳐 부산을 다녀왔으니 그때 불국사를 빼먹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어릴 적 여행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다. 나는 초등학교 때에 들렀던 이 절집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언제 다시 나는 불국사를 찾았던 것일까. 글쎄,.. 2019.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