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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달력3

‘손 없는 날’과 ‘택일’ ‘손 없는 날’을 찾아 택일하는 민속 신앙 지난 설날에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들렀다. 안방 벽에 걸린 지역 농협에서 나누어 준 커다란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림도 없이 글자만 커다랗게 박힌 재미없는 달력에 아주 친절하게 ‘손 없는 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가끔은 들었던 얘기다. 굳이 ‘손 없는 날’을 선택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데다가 예약이 차 있어 날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 말이다. 정작 사람들은 무심하게 시간 내기가 적당한 토요일을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손 없는 날과 겹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민속도 쇠퇴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걸 따지는 사람들도 적지만은 않다. 농협에서 아예 달력을 만들 때 ‘손 없는 날’을 박아서 만든 건 말하자면 그런 .. 2021. 2. 20.
‘팥죽 민심’? 끓고 있기는 한가 ‘팥죽 민심’, 정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출발한 를 후원한 지 얼마나 되었나. 모르긴 몰라도 그건 우리 시대의 언론이 맥을 놓고 망가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칠 터이다. ‘탐사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새로 출발하긴 했지만 는 말 그대로 ‘뉴스를 타파’하고자 한 대안 매체였으니 이는 곧 권력 앞에서의 순치(馴致)된 기존 언론의 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지난해 11월께 에서 새해 달력을 희망하면 누리집에 주소를 등록하라고 해 했더니 해가 바뀐 둘째 날에 탁상용 달력을 보내왔다. 예의 신영복 선생이 쓴 멋진 제호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선명하게 박힌, 세로로 세우는 12장짜리 달력이다. 달력이 인쇄된 면의 반대쪽은 회원들의 사진과 일상을 담았다. 동해에서 농사를 짓는 이, 여수의 안경사, 대구에서 찜 .. 2021. 1. 10.
새 학기 책 꺼풀? 변소 뒤지? 이젠 ‘시간 그릇’ 시간의 나침반, 나의 ‘참교육 달력’ 이야기 달력은 한 해의 시간표다. 그것은 일상의 가늠자이면서 한 시기의 나침반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길쭉한 사각형의 종이 뭉치 속에 쟁여 넣은 생활의 계획표다. 사람들은 달력을 한 장씩 찢고 넘기면서 세월을 헤아리고 그 무상을 새롭게 이해하기도 한다. 교과서 책 꺼풀에도 쓰고, 바람벽에 도배도 하고, 변소 ‘뒤지’로도 달력과 관련된 가장 오랜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의 것이다.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아 집으로 가져오면, 누님은 보관해둔 묵은 달력의 낱장을 찢어 아주 튼튼하게 꺼풀을 입혀 주었다. 신문지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적당한 두께의 매끄러운 달력 종이는 조악한 품질의 교과서를 보호하는 데는 그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꺼풀을 입혀야 할 책이 몇 권인가, 쓸 수.. 2020.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