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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단풍16

2023 가을 본색(2) 벚나무 잎사귀에 물든 가을 단풍, 해마다 거듭되는 ‘나무 한살이의 황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단풍(丹楓)은 나무가 더는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나뭇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현상, 가을의 관습적 표지다. 가을철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잎이 바람에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떨켜 층을 형성하여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만들어 낸 녹말(탄수화물)을 떨켜 층 때문에 줄기로 보내지 못하고 나뭇잎 안에 계속 갖고 있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잎 안에 녹말(탄수화물)이 계속 쌓이게 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그리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과 크산토필(Xanthophy.. 2023. 11. 6.
⑱ 상강(霜降), 겨울을 재촉하는 된서리 상강(霜降), 가을의 마지막 절기 24일(2019년 기준, 2024년도는 23일)은 상강(霜降)이다.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마지막 절기다.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 무렵이면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므로 수증기가 지표면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10월 24일 상강 중국 사람들은 상강부터 입동 사이의 기간을 닷새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 고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를 이르는 것으로 특히 말후에서 ‘벌레가 겨울잠’에 들어간다고 한 것은 이 무렵부터 .. 2023. 10. 24.
잎 벗은 나무와 갈대…, 샛강의 가을 서둘러 잎 떨군 벚나무와 갈대, 가을 이미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0일, 다시 샛강을 찾았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체감 온도가 떨어졌다. 오랜만에 도로 아래쪽 강부터 돌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차서 몇 번이나 뚜껑 없는 챙 모자가 날아가려고 해서 나는 몇 번이나 모자를 새로 눌러써야 했다. 사흘 전 들러 버들마편초를 찍을 때만 해도, 그새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졌네, 하고 무심히 지나쳤었다. 바람이 몰아치는 둘레길로 들어서는데, 강을 삥 둘러싼 벚나무에 잎이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 품종이 조금씩 달라서일까,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요즘 매일 지나치는 동네 중학교 운동장의 벚나무도 한창 단풍으로 물.. 2023. 10. 23.
금오산의 가을, 단풍 풍경 경북 환경연수원 부근에 머무는 가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미에 옮겨온 지 10년째지만, 나는 여전히 금오산에 오르지 못했다. 어쩌면 ‘오르지 않았다’라고 쓰는 게 훨씬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금오산 제1폭포 아래까지는 오른 적이 있었다. 기억도 희미한데,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외지를 떠돌다가 2012년에 구미에 들어왔다. 구미 산 지 10년, 아직도 금오산에 오르지 못했다 칠곡은 지척이니 누구는 고향에 돌아온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구미를 고향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적어도 유년 시절의 기억이 남은 공간이 아니라면, 거기를 고향이라 할 수 없다. 내 고향은 지금은 인구 2만을 넘겨 읍으로 승격하면서 옛 모습을 .. 2022. 11. 7.
2022년 가을 풍경(2) 10월에서 11월, 겨울로 가는…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12달을 계절별로 나누면 가을에 해당하는 달은 9, 10, 11월이다. 9월은 가을의 어귀, 흔히들 ‘초추(初秋)’라고 쓰는 초가을이고, 10월은 ‘한가을’, ‘성추(盛秋)’다(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의미상으론 ‘중추(仲秋)’라고 하면 적당할 듯하지만, 그건 ‘음력 8월’을 뜻하는 말(추석이 중추절)이어서 여기 붙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11월은 당연히 ‘늦가을’, ‘만추(晩秋)’다. 그러나 11월은 입동(立冬, 11월 7일)과 소설(小雪, 11월 22일)을 든 달이어서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의 초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고 보면 10월 말부터 만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2022. 10. 31.
되돌아보는 2019년 가을 ‘단풍’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⑤ 이르다고 발길 돌린 피아골 단풍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19년 10월 31일에 찾은 피아골 피아골은 2019년 10월 31일, 여행 첫날의 첫 방문지였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옆 계곡의 단풍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온 나에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마뜩잖았다. 상기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나무들 가운데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나는 아내에게, 때를 맞추지 못했다고, 다음에 오자며 발길을 돌려버렸다. 정작 뒷날의 기약이란 흔히 공수표가 되고 만.. 2022. 8. 2.
가을의 끝, 천등산 봉정사(鳳停寺) 봉정사, 봉황이 나래를 편 천하의 명당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한 절이다. 그러나 그 역사만큼 기림을 받은 절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웃 의성 고운사(孤雲寺)의 말사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부터 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자리를 물려받은 극락전으로나 기억되던 이 절집이 대중들에게 새롭게 떠오른 것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다녀가고서부터이다. 유럽의 이 할머니 임금은 나중에 안동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안동 토박이들로부터는 그리 고운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왕의 방문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 한적한 절집에 전국에서 불자들이 밀려오자, 봉정사는 그예 본사인 고운사조차 받지 않는 입장료를 징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게 여왕이 천등산 산행을 .. 2021. 12. 10.
고운사(孤雲寺), 석탄일 부근 지난 화요일에 고운사(孤雲寺)에 들렀다. 작년 9월에 들른 후 여덟 달 만이다. 푸른 빛은 다르지 않았으나 지난해의 그것이 ‘묵은 빛깔’이라면 올해 다시 만난 것은 ‘새 빛깔’이다. 지난해 찍은 사진과 견주어 보면 새 빛깔은 훨씬 맑고 선명해 보인다. 등운산(騰雲山) 고운사는 경상북도 북부 지역의 60여 말사를 거느린 교구 본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소박하고 고즈넉한 도량이다. 약 1Km에 이르는 해묵은 솔숲길이나, 여러 채의 낡은 단청을 한 전각들이 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절집의 정경은 평화롭고, 소박해 보인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 수행도량답게 인근에 밥집 하나 없는 것은 이 절집이 가진 미덕 중의 미덕이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솔숲길은 예와 다름없이 아름답고 고적했다. 길가의, 제.. 2021. 5. 17.
이토록 비현실적인 ‘단풍 터널’, 딱 이번 주까지입니다 [사진] 혼자 보기 아까운 팔공산 단풍길 풍경 * 사진을 누르면(클릭)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음. 늦가을 단풍 찾기는 2019년에 내장산에서 정점을 찍었다. 퇴직 이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는 ‘탐승(探勝)’의 시간으로 내장산 단풍은 가슴이 뻐근해지는 감동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올해 아내의 지인은 두 번이나 내장산을 찾았다가 차를 대지 못해 되돌아왔다고 하니, 새벽에 길을 나선 2019년의 선택이 새삼 흐뭇하게 되짚어지지 않을 수 없다.(관련 기사 : 늦지 않았다, 때를 지난 단풍조차 아름다우므로) 화요일 점심때가 겨워서 집을 나선 것은 굳이 어딜 가겠다는 마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가산(901m)과 팔공산(1,192m) 사이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한티.. 2020. 11. 19.
연악산 수다사(水多寺), ‘은행’ 대신 ‘단풍’ 구경 구미시 무을면 상송리 수다사의 단풍 어제 오후에 수다사(水多寺)를 다녀왔다. 수다사 은행나무를 보러 가겠다고 벼르기만 하다가 뒤늦게 길을 나선 것이다. 농소리 은행나무 구경을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설 때 근처에 사진기를 들고 있던 초로의 사내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주었다. 사진 찍기로는 수다사가 낫지요……. 옥성면 농소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25호 은행나무를 보러 간 건 꼭 한 주일 전이다. 그러나 45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올해도 나를 실망하게 했다. 여러 해 전에 들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가 늦었다. 높이 30m에 이르는 나무 오른쪽 큰 가지의 잎이 죄다 떨어지고 없었다. 지난 10월 말일에는 인동 동락서원(東洛書院)을 찾았었다. 스무 살 남짓할 무렵 삼종숙을 따라 인근 선산에 시제(時祭.. 2020. 11. 15.
여섯 해, 직지사도 세상도 변했다 2012년에 다시 찾은 직지사 황악산(黃岳山) 직지사(直指寺)를 다시 찾았다. 2006년 9월 초순에 다녀간 이후 꼭 6년 만이다. 그때 나는 김천에 사는 한 동료 교사의 부친상 문상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9월이라 아직 나무와 숲은 푸르렀고 하오 다섯 시였는데도 해는 한 뼘이나 남아 있었다. [관련 글 :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 직지사] 모시고 간 선배 교사와 함께 두서없이 경내를 돌아다니다 우리는 이 절집이 만만찮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데 합의했다. 오래된 산사는 널찍했고, 띄엄띄엄 들어선 전각과 어우러진 숲이 아름다웠다. 그때 쓴 글의 이름이 ‘절집 안으로 들어온 숲, 직지사’가 된 것은 그런 까닭에서였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때인 418년, 아도 화상이 인근 태조산 도리사와 함께 세운 절이다.. 2019. 11. 15.
이야기 따라 가을 따라 가본 선비 집과 절집 경북의 서원과 산사 가을 풍경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려면 날이 차가워져야 한다고 했던가. 정직하게 돌아온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무심한 일상에서 가을은 밤낮의 일교차로, 한밤과 이른 아침에 드러난 살갗에 돋아오는 소름 따위의 촉각으로 온다. 그러나 집을 나서면 가을은 촉각보다 따뜻한 유채색의 빛깔로, 그 부시고 황홀한 시각으로 다가온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길을 나선다. 대저 모든 ‘떠남’에는 ‘단출’이 미덕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 어깨에 멘 사진기 가방만이 묵직하다. 시가지를 빠져나올 때 아내는 김밥 다섯 줄과 생수 한 병을 산다. 짧은 시간 긴 여정에 끼니를 챙기는 건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포식은 가끔 아름다운 풍경마저 심드렁하게 만든다. 오늘의 여정은 영주 순흥, .. 2019.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