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 국수1 추억의 시장기, ‘누렁 국수’를 아십니까 ‘칼국수’ 대신 ‘누렁 국수’ 식성은 결국 ‘피의 길’을 따르는 듯하다. 아이들의 식성이 어버이들과 한참 다른 듯해도 결국은 부모의 그것을 따르게 마련이라는 걸 가르쳐 주는 건 세월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 가운데서 가장 원형적인 형태로 유전되는 것이 미각인 까닭이다. 마흔 고개를 넘기면서 나는 아니라고 믿었던 내 미각이 선친의 그것을 되짚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성년이 된 아이들의 식성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이들의 미각이 역시 내가 밟아왔던 길을 꼼짝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우쳤다. 대를 이어 재현되는 피의 정직한 순환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삽십대 중반을 훌쩍 넘기면서부터 나는 국수에 끌리기 시작했다. 굳이 ‘끌린다’고 표현하는 까닭은 그게 단순한 식성의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2019. 12.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