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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노벨문학상5

[오늘] 파시스트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하다 [역사 공부 ] 1970년 11월 25일,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 자살 1970년 11월 25일, 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소(지금의 일본 방위성 본성)에서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가 할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질극 끝에 총감의 방 앞 발코니에서 기자들을 향해 미일안보조약과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자위대 쿠데타를 촉구하는 이른바 ‘이치가야 연설’ 5분 뒤였다. 그의 요구에 따라 자위대원 1천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미시마는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하는 전후 헌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자위대가 무사도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라는 등 격정적인 연설을 했다. 그러나 정작 자위대원들 가운데 그의 연설을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고 돌아온 것은 야유뿐이었다. 미시마 유키오, 명예롭게 죽지 못했다 .. 2023. 11. 25.
<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리고 노벨문학상 영화 ,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모니터 화면으로 영화 를 다시 보았다. 상영 시간이 무려 3시간 12분이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열네 살 때도 이렇게 길었던가, 그러나 거짓말처럼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어떤 장면에선 어렴풋하게 기시감이 느껴졌다. 맞아, 저랬어! 그러다가 문득 뒷날 이 영화를 새로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의 기억이란 기실 그리 믿을 게 못 되지 않은가. 나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성장의 어떤 길목에서 나는 닥터 지바고를 다시 만났을지도 모른다. 다시 본 영화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문득 나는 오랜 시간의 강을 이미 건너왔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미 알 만큼 아는 이야기니 새로울 게 무어 있겠는가.. 2020. 7. 5.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보내며 1927년 3월 6일 ~ 2014년 4월 17일 어제 오후에 나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8~2014)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림프암으로 투병해 왔고, 2012년부터는 치매 증상으로 집필을 중단한 바 있었다. 마르케스는 멕시코시티의 자택에서 아내와 두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7년의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살아생전에 작가로선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을 받았고, 우리 나이로 치면 여든여덟, 미수(米壽)를 누렸다. 우리 식으로 보면 호상(好喪) 중의 호상이니 의례적 수사는 생략하자. 나는 그의 대표작 을 만났던 스무 살 무렵을 아련하게 떠올렸다. 번역본으로는 민음사에서 펴낸 (조구호 옮김, 아래 )이 널리 알려졌지만, 내가 처음 만난 은 김병호가 옮기고 육문사.. 2020. 4. 18.
[오늘] 첫 시상, 이후 노벨상 이야기 노벨상, 그리고 노벨문학상 이야기 1910년 12월 10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첫 시상식이 열렸다.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의 5주기를 맞아 3,150만 스위스 크로네(약 92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은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에게 돌아갔다. 5개 부문 6명의 수상자 중 알 만한 사람은 물리학상을 받은 엑스(X)선을 발견한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과 평화상을 프레데리크 파시(Frederic Passy, 국제평화연맹 설립자)와 공동 수상한 적십자 창설자인 앙리 뒤낭(Jean-Henri Dunant)이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이 역사적인 상의 첫 시상은 그러나 어수선했던 모양이다. 형식도 그랬지만, 내용으로도 그리 개운하.. 2019. 12. 6.
아흔 살 사내, 거부해 왔던 사랑에 빠지다 [서평] 마르케스 마르케스의 작품 세계에서 ‘고독’은 ‘사랑의 부재’로 읽힌다. 의 호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과 그의 형 호세 아르카디오, 그리고 아마란타에 이르는 주인공들은 모두가 사랑의 부재, 즉 고독을 운명처럼 타고난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그의 소설 속 인물의 특징은 대부분 작품에서 변주(變奏)되는 듯하다. 아흔 살 생일을 앞둔 한 사나이가 있다. 그는 ‘서글픈 언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익명의 존재인데, 돈을 주지 않고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으며, 그 여인들 때문에 결혼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이다. 그는 마르케스의 뭇 주인공들처럼 ‘결핍된 사랑’의 소유자다.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에 불과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나, 정작 사랑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 2019.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