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날씨2

[한글 이야기] ‘연쇄점’에서 ‘하나로 마트’까지 영자의 국어 침탈사, 또는 민중들의 조어법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성주의 포천계곡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지방도로를 타고 오는데 언뜻 연변의 건물에 붙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농협 연쇄점’. 길가의 허술해 뵈는 나지막한 슬래브 건물에 걸린 낡고 오래된 간판과 그게 담긴 풍경은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연쇄점’에서 ‘하나로 마트’까지 문학 수업 시간에 ‘철쇄(鐵鎖, 쇠사슬)’를 가르치고 난 뒤, 아이들에게 ‘연쇄점(連鎖店)’을 물었더니 대부분 요령부득의 표정인데 의성에서 유학 온 아이 하나가 대답한다. “본 적 있어요.” “무슨 뜻일까?” “‘체인점’요.” “정답!”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골아이들은 ‘촌스러운 경험’에다 도회의 그것을 더하니 훨씬 경험의 폭이 크다. .. 2019. 10. 10.
[한글 이야기] ‘생음악’과 ‘라이브(Live)’ ‘생음악’은 ‘라이브(Live)’로 대체되었다 나는 한글 문서 속에 빈번하게 쓰이는 로마자를 보면서 그게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로마자도 한글로 풀어서 쓰는 를 오래 보아서일까. 나는 굳이 를 라고 쓰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 한글 속에 자발없이 쓰이는 영자를 보면 기분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일상의 대화 속에 로마자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끌고 들어와 쓴다. 아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텔레비’나 ‘텔레비전’ 대신 ‘TV(티브이)’를, ‘컴퓨터’ 대신 ‘PC(피시)’를 즐겨 쓴다. 영어 낱말에다 ‘-하다’를 붙여서 쓰는 말도 아이들에겐 자연스럽다. ‘슬림(slim)하다’는 그예 ‘터프하다’나, ‘핸섬하다’처럼 우리말 낱말로 바뀌어 가.. 2019.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