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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나팔꽃7

2022년 가을 풍경(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완연한 가을’이라는 표현도 뜬금없을 만큼 가을은 제대로 깊었다. 10도도 넘는 일교차로 아침 운동에 나서기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7시를 전후해 집을 나서서 인근 교외인 가마골까지 다녀오기는 빼먹지 않으려 애쓴다. 사나흘에 한 번씩 단렌즈를 끼운 사진기를 들고 나서는 것은 미세하게나마 바뀌고 있는 가을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집을 나서 한 십 분만 걸으면 교외의 들판이 나타난다. 아직 ‘황금물결’이 되기는 이르지만, 논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고, 길가에 드문드문 이어지는 코스모스도 활짝 피었다. 올해는 유난히 나팔꽃이 흔하다. 나팔꽃은 길가 풀숲에, 농가의 울타리에, 동네의 전신주를 가리지 않고 그 연파랑 꽃잎을 드리우.. 2022. 10. 4.
메밀꽃과 백일홍 학교에 핀 메밀꽃과 백일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해 같이 전입한 같은 과 동료 교사 하나는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수업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교정 곳곳의 일거리를 찾아내어 일하면서 보낸다. 봄 내내 그는 교정에 꽃을 심고 꽃밭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정서 불안’ 탓에 가만히 쉬지 못한다고 농조로 둘러대지만, 그가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의 바지런이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 뼘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으레 그의 발길이 머물렀고 거긴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교사 뒤편 언덕 주변은 그가 가꾸어 놓은 ‘모종밭’이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 2022. 9. 2.
베란다의 꽃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 식으로 표현하면 ‘근화자향(近花者香)’인 셈이다. 지난해에 같이 전입한 동과의 동료 교사는 쉬는 시간 틈틈이 땅을 일구어 온 교정을 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나팔꽃, 분꽃, 옥잠화, 좀무늬비비추, 메리골드……. 무언가 허전하다 싶은 공간마다 수더분하게 자란 꽃으로 교정은 편안하고 밝아 보인다. 게다가 같이 2학년을 맡은 동료 여교사는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 워낙 무심한 위인이어서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2학기 들면서 무심코 바라보았던 화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에 익은 꽃이라곤 채송화뿐이다. 그런데 어럽쇼, 채송화가 이렇게 자태가 아름다운 꽃이었던가. .. 2022. 8. 28.
나팔꽃, 그 연파랑의 ‘겸양과 절제’ 나팔꽃(Morning glory)의 계절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날마다 아침 식전에 다녀오는, 한 시간쯤 걸리는 걷기 운동 길에는 나팔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나팔꽃은 동네의 담벼락에, 볏논 가장자리에, 탱자나무 울타리에, 산짐승의 출입을 막으려 세운 밭 울타리에 연파랑 꽃잎을 매달고 새초롬하게 피어 있다. 나팔꽃은 말 그대로 꽃잎이 나팔 모양으로 생겼다. 짙은 남색이나 연보라, 연파랑 등의 산뜻한 색상으로 피어나는 나팔꽃은 수더분하거나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다. 뭐라 할까, 나팔꽃은 마치 제 할 일을 맵짜게 해치우고 앙큼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는 계집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끔 요즘 들면서 나팔꽃이 흔해졌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만나는 나팔.. 2022. 8. 27.
‘고자화’, 메꽃은 그 이름이 억울하다 토종 야생화 ‘메꽃’ 나팔꽃 이야기를 하다가 메꽃 이야기를 곁들인 게 2009년 가을이다. 출근하는 길가 언덕에는 꽤 오랫동안 ‘아침의 영광’ 나팔꽃이 피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동요 ‘꽃밭에서’를 부르면서 만났던 그 꽃을 날마다 지나치면서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관련 글 : 나팔꽃과 동요 ‘꽃밭에서’] 메꽃, 토종의 야생화 곁들여 메꽃 이야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메꽃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4년. 요즘 출근길에서 메꽃을 만난다. 일주일에 두어 번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버스 정류장 옆의 음식점 화단과 주변 공터에 메꽃이 피어 있기 때문이다. 메꽃은 화단을 가득 메운 아이비의 군락 속에 화려하지 않으나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요모조모 꽃의 자태를 뜯어보다가.. 2020. 6. 23.
나팔꽃과 동요 ‘꽃밭에서’ 나팔꽃의 계절과 동요 ‘꽃밭에서’ 바야흐로 ‘나팔꽃의 계절’이다. 주변에서 나팔꽃을 일상으로 만나게 된 건 요 몇 해 사이다. 걸어서 출근하다 보면 두 군데쯤에서 새치름하게 피어 있는 나팔꽃을 만난다. 한 군데는 찻길에 바투 붙은 커다란 바위 언덕이고 다른 한 군데는 주택가의 축대 위다. 굳이 ‘새치름하다’고 쓴 까닭은 굳이 설명할 일은 없을 듯하다. 때를 맞춰 활짝 무리 지어 피어난 꽃은 ‘흐드러지다’고 표현하지만 이른 아침, 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송이를 여는 나팔꽃을 ‘흐드러지다’고 묘사하는 것은 아이들 말마따나 ‘에러’기 때문이다. 나팔꽃은 말 그대로 꽃잎에 나팔 모양으로 생겼다. 짙은 남색이나 연보라, 연파랑 등의 산뜻한 색상으로 피어나는 나팔꽃은 수더분하거나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다. 뭐라 할까.. 2019. 9. 23.
[사진] 구미시 ‘장천 코스모스 축제’ 구미시 장천면에서 베풀어진 2013 코스모스 축제 멕시코 원산인 코스모스 속 한해살이풀 코스모스(Cosmos bipinnatus)는 이미 가을꽃의 대표 주자로 뿌리를 내렸다. 우리 고유어로는 ‘살사리꽃’. 우리 어릴 때만 해도 가을철 길가에 핀 꽃은 대부분이 코스모스였다. 하늘거리는 연약한 줄기에 핀 꽃은 화사하면서도 청초했다. 코스모스에 바치는 '헌사'들 그 연련한 빛깔, 그 청초함에 바치는 헌사도 착하다. 시인 윤동주는 “청초한 코스모스는/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시 )라 노래했고 “몸달아/기다리다/피어오른 숨결”이라 노래한 이는 이해인 수녀다. 시인 조정권은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으로 부르는.. 2019.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