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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꿀밤묵2

사모곡(思母曲), 기다림은 마음으로 유전한다 어머니 생각, 기다림은 유전하는가 며칠 전부터 황석영의 장편소설 을 읽기 시작했다. 9월 말께에 샀으니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편하게 누워서 책을 폈는데, 맨 앞은 작가의 헌사(獻辭)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청년기를 힘들게 보냈던 작가의 헌사를 읽다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다 나는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예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고작 여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어머니가 가신 지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게 공연히 서러웠다. 돌아가신 후 아들 녀석이 쓰다가 지금은 내 서재로 쓰는 문간방 앞에 기대어 서서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가.. 2021. 11. 6.
꽃은 ‘때가 되어야 핀다’ 다시 만난 ‘나의 산’, 북봉산 지난 8월에 산 아래로 돌아와서 북봉산을 다시 만났다. 5년 전에 만났던 산이지만 지금 내게 북봉은 옛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산은 옛 산이로되 예전의 그 산이 아니로다.”이다. 북봉산이야 물론 5년 전이든 지금이든 똑같이 거기 있는 산일 뿐이다.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산이 변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그 ‘산에게로 갔다’ 변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이다. 무엇이 묵은 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을까. 다섯 해 전에 만난 그 산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스치는 산에 지나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거기 오르긴 했지만, 그 산을 어떠한 방식으로도 나는 자신과 이으려 하지 않았다. 변화는 다시 그 산자락에 남은 삶을 부리고, 서재 이름을 ‘북봉재(北峯齋)’라고 붙이면.. 202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