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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꽃받침4

새로 만난 ‘분홍’ 살구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글에서 ‘살구나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에서는 살구나무 잎과 꽃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잎은 길이 5~9 cm, 너비 4~8cm로 자라며 꽃은 흰색에서 분홍빛을 띤다.” 요컨대 살구꽃이 ‘흰색에서 분홍색을 띤다’는 것인데, 여러 해 살구꽃을 사진으로 찍어온 경험으로 보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살구나무 가운데 제일 오래된 나무는 개화는 조금 늦어도 ‘흰색에서 분홍빛을 띠’는 꽃을 피운다. 올해는 산책길 코스를 이리저리 바꿔보는데, 위의 살구나무 근처에 있는 농장에서 조금 다른 살구나무를 만났다. 처음엔 워낙 붉은빛이 강해서 복숭아꽃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하루는 .. 2023. 4. 2.
신경림 ‘장미에게’ 몇 해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유난히 장미가 흔하다. 가정집 담 너머로 가지를 뻗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파트 화단이나 담장, 길가 가드펜스 등에도 붉은 장미가 흐드러졌다. 늘 그렇듯 기억은 혼란스럽다. 예전부터 있던 걸 이제야 발견한 건지, 근년에 시에서 의도적으로 심은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말이다. 어쨌든 출퇴근길에 풍성하게 핀 장미꽃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이내 장미는 진다. 꽃 진 자리가 정갈한 꽃이 어디 있겠나만 장미의 뒤끝도 그리 깔끔하지 않다. 학교 교사 뒤편의 축대에 핀 장미도 시나브로 지고 있는 참이어서 앙상한 꽃받침만 남았다. 다섯 잎으로 된 꽃받침은 이름 그대로 꽃을 받쳐주고, 꽃술을 보호한다고 한다. 꽃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꽃이 피어 .. 2021. 6. 29.
살구꽃, 혹은 성찰하는 공민의 봄 3. 남은 것은 이제 ‘성찰하는 공민’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오늘 아침에야 3월 달력을 떼어냈습니다. 연금공단에서 보내준 달력입니다. 삼월분을 찢어내자 드러나는, 한글로 쓴 ‘사월’이란 글자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월이 무거운 이유는 여럿입니다. 그것은 멀리는 이제 기억에서도 까마득해진 사월혁명, 그때 스러져 간 젊은이들의 피를 떠올리는 시간이고, 가까이는 2014년 4월 어느 날을 아픔과 뉘우침으로 기억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 2020. 4. 2.
울타리 밑의 ‘꼬마 파수꾼’, 꽈리 이야기 땅속 줄기가 벋어 번식하는 식물, 꽈리 아무렴 어릴 적에 꽈리를 구경도 못 했을까. 그러나 꽈리에 관한 한 내 기억은 깜깜하다. ‘꽈리’를 입에 올렸던 기억은 있지만 정작 박완서의 단편의 주인공 만득 씨가 ‘빨갛게 초롱불을 켜 든 꼬마 파수꾼’이라 표현했던 꽈리에 대한 기억은 까맣다 못해 하얗다. 그 ‘빨간 초롱불을 켜 든 꼬마 파수꾼’을 며칠 전 들른 친지의 집에서 만났다. 경산의 어느 한적한 산골 마을 꼭대기에 지은 처제네 집 마당에서다. 마당 가장자리의 수풀 사이에서 예의 ‘빨갛게 초롱불을 켜 든 꼬마’가 이내 눈에 띄었다. 아내와 처제가 짤막하게 주고받은 대화다. “얘, 저게 여주 아니니?” “웬 여주는! 꽈리야.” 자연과 한참 멀어져 사는 삶이라 눈썰미가 처진다. 아내는 박과의 한해살이풀인 ‘여.. 2019.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