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김진규3

배우들, 그 ‘부침(浮沈)’과 ‘노화’ 을 가르치며 그 삶의 대역, 배우를 생각한다 가끔 소설 작품을 공부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작품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 때 주인공 역을 맡을 배우’를 ‘캐스팅(casting)’해 보자고 이야기하곤 한다. 잠깐 우리가 제작자나 감독이 되어 봄으로써 인물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게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배우가 그리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연급 연기자들에 대한 관점이 아직 성숙해 있지 않아서다. 즉 아이들은 주연급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조연을 흘낏대기보다는 빛나는 주인공의 자리에 자신을 놓아보는 건 사춘기 아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일지도 모른다. ‘삼포 가는 길’의 배우들 황석영의 ‘삼.. 2021. 12. 16.
책 읽기, 그 도로(徒勞)의 여정 책 읽기의 압박, 그리고 결기를 버리고 나니 … 책 읽기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 지 몇 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내가 내 안에 더는 어떤 열정도,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조직 활동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때, 내 삶을 마치 말라 바스러진 나뭇잎 같은 것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건 슬픔도 회한도 아니었다. 그것은 굳이 말하자면 오랜 절망적 성찰 끝에 스스로 깨친 자기응시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무렵에 쓴 어떤 편지에서 나는 그렇게 썼다. ……시나브로 나는 자신을 타자로 바라보는 게 어렵지 않을 만큼만 노회해졌습니다. 자신의 행위나 사고를 아무 통증 없이(!) 여러 갈래로 찢고 자를 수 있으며, 그 시작과 끝을 희미한 미소로, 어떠한 마음의 동요도 없이 바라볼 수도.. 2019. 2. 17.
‘문숙’, <삼포 가는 길>, 길 위의 사람들 문숙과 영화 그리고… 에 ‘자연치유’라는 책을 냈다는 기사가 언뜻 보이더니 에서는 배우 문숙의 인터뷰가 실렸다. 무심하게 기사를 읽는데, 문득 그녀가 나와 거의 동년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른몇 해 전 싱그러운 스무 살 처녀였던 이 배우는 이제 쉰여섯 초로의 여인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야위었지만 풍성해진 표정 뒤편으로 나는 삼십오 년 전, 대구 만경관 극장에서 만났던 스물한 살의 문숙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몸을 낫게 하는 건 ‘취함’ 아닌 ‘비움’”이라며 그녀는 미국 생활 30년 만에 자연치유 전문가가 되어 돌아왔다고 기사는 전한다. 이만희 영화 의 백화 돌아오다 다른 기사는 뒤늦게 그녀가 2007년에 펴낸 책 ‘마지막 한해-이만희 감독과 함께한 시간들’을 중심으로.. 2019.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