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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김수로왕2

벗의 도화원(桃花源), 그 연분홍 안개 의성 초전리 오막재를 찾아서 의성 탑리의 외진 시골 마을, 완만한 산자락에 조립주택과 황토방 하나씩 짓고 사는 친구가 제 복숭아밭에 복사꽃이 절정이라고 전해 왔다. 3월을 맞아 잔뜩 심란해져 있을 때, 안부를 물어온 친구에게 나는 복사꽃이 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금요일 퇴근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바로 길을 떠났는데도 근처 시장 거리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초전리(草田里)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어둠 살이 내리고 있었다. 황토방 너머 그의 복숭아밭, 복사꽃은 부윰한 빛을 내면서 어둠 속에 아련하게 떠 있었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복사꽃을 만나는 일에 서두를 일은 없었다. 그의 황토방에서 우리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몇 병의 소주가 동나자, 그는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누룩으로 발효한 술을 증류시켜.. 2020. 4. 14.
그 절집 아래 ‘만 마리 물고기 떼’를 보았는가 밀양 만어사의 ‘어산불영(魚山佛影)’ 답사기 지난 주말에 만어사(萬魚寺)를 다녀왔다. 나는 일찍이 밀양 어름에 그런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웬 만어사? ‘만’은 무어고 ‘어’는 무어야, 물고기 만 마리라고? 난생처음 듣는 만어사를 만나게 된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온 나라의 크고 작은 산을 밟으며 거기 깃든 절과 암자를 찾아온 부지런한 친구 덕분이다. 만어사는 삼랑진읍에서 들어가는 게 쉽다. 그러나 우리는 밀양시 쪽에서 만어산(萬魚山)을 넘었다. 좁고 가파른 임도를 따라 산을 넘는데 기분이 아슬아슬했다. 만어산은 해발 670m의 평범한 육산(肉山)이지만, 삼랑진읍 용전리의 7부 능선쯤에 자리한 만어사 덕분에 적잖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만어산 정상에서 서쪽 비탈로 내려오다가 급하게 길을 .. 2020.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