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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김소운2

김소운과 ‘문둥이의 조국’ 김소운의 ‘친일’과 의 분노 나는 우연히 이 시대에 처하고, 또한 마치 방패의 양면을 보는 위치에 있다. 일본문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감수(感受)하는 일인 이상, 나는 어떠한 내지인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 동시에 당연한 사실로서 나는 조선의 청년이다. 조선의 금일이 명하는 과세(課稅)에 대해서 반 발자국의 후퇴도 도피도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두 개의 언어를 가지는 고로 두 종류의 잠꼬대를 하고, 두 종류의 문장을 쓴다. 만요(萬葉)의, 잇사(一茶)의, 조루리(淨琉璃)의 정신이나 기분을 어느 정도 내가 체득하고 저작(詛嚼)해 내고 있는가. 자기 입으로는 어떻다고도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날 내 몸 속에 있는 ‘일본’은 지식이나 교양은 아니고 이미 생리요 생활임에 틀림은 없다. 동시에 나는 고.. 2021. 8. 4.
까마득한 ‘말 잇기 놀이’의 기억 유년 시절의 '말 잇기 놀이' 노래 주변에 ‘아이들’이 없다. 손주를 볼 나이는 이미 지났건만 서른 넘긴 지 오랜 아이들은 기다리는 소식을 전해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친구와 ‘환갑 진갑 넘기고도 사위나 며느리 못 본 위인은 우리뿐’이라며 웃고 마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뒤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마치 음악처럼 듣고 즐긴다. 아내가 개라도 한 마리 기르자고 성화를 부리는 것은 ‘정 줄 곳’이 없어서일 것이다. ‘말 잇기 노래’, ‘원숭이 똥구멍’과 ‘저 건너 영감 나무하러 가세’ 설날 아침, 세배하는 아이들 정수리를 바라보면서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올핸 좋은 소식 전해 줄 거지?”라고 묻는 것은 기실 자신에게 하는 일종의 최면이다. 올해.. 2021.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