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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기억력2

겨울나기 ‘내복’과 차표 ‘사고’ 내복 입기, 그리고 차표 실수를 몇 차례 저지르다 이번 겨울을 나면서 여느 겨울과 달라진 것은 간간이 내복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내복을 벗어버린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복을 입으면 따뜻해서 든든하다기보다는 답답한 느낌이 컸던 것은 한창때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 무렵엔 옷을 입어도 맵시가 통 나지 않는다며 내복을 입는 친구도 거의 없었다. 군 복무 시절엔 멋보다는 방한이 더 요긴한 문제여서 지급받은 겨울 내의를 절도록 입고 지냈다. 겨울을 나면서 내의를 빨아보면 서너 번씩 헹구어도 아크릴 사(絲)의 갈색 내복에선 땟물이 끝도 없이 우러나올 정도였다. 제대하고 나선 다시 내복과 멀어졌다. 아예 안 입은 것은 아니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내복을 챙겨 입곤 했지만, 그런 날이 겨우내 몇 .. 2021. 1. 2.
기억과 망각, 그 길목에서 휴대용 USB 지니고 다니기 얼마 전 내 초임 시절에 내리 세 해를 내게서 국어를 배웠던 여제자 둘이 여길 다녀갔다. 올해에 불혹을 맞은 이 친구들은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의 동료이면서 이른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이들과 나의 관계는, 말하자면 ‘사제동행’인 셈이다. 건망증이 잦아졌다 각각 아이 둘을 둔 어머니가 되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넉넉하고 아름다웠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편안함이다. 굳이 제자이기보다 편안한 옛 친구 같은 분위기를 나는 느낀 것이다. 며칠 후 두 사람으로부터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똑똑한 내 메일 프로그램은 한 친구의 편지를 휴지통에 보냈는데, 휴지통을 정리하다 나는 잠깐 머리를 갸웃거렸다. ‘정희 ○(성씨).. 2020.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