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하여라 내 가슴아1 앙리 미쇼(Henri Michaux)를 다시 읽으며 성장의 길목에서 만난 앙리 미쇼 뜬금없이 왜 앙리 미쇼를 떠올렸을까. 십대 후반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길목이었을 것이다. 어떤 책에 실린 그의 어록을 베껴서 습작 노트에 기록한 것은. 그러나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이름에서 드러나는바, 그가 프랑스인일 것으로 생각한 듯한데 이도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마땅히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잊어버렸다. 90년대 초반까지 지니고 있었던 습작 노트를 정리하면서 나는 그 안의 내용물을 ‘옛날의 금잔디’라는 제목의 한글 문서 파일로 만들어 보관했다. 어저께 우연히 그걸 기억해내고 그 문서를 찾는데 적잖이 시간이 걸렸다. 쇠락해 가는 내 기억력은 그 문서의 제목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쎄, ‘굴복하여라, 내 가슴아’로 시작하는 예의 .. 2019. 10.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