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교실2

겨울은 교실 ‘문틈’으로 온다 학교, 학생들의 겨울나기 겨울은 어디로 오는가. 10월이 기울면서 아침과 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침 출근길과 밤 열 시 야간자습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선득해서 저도 몰래 몸이 오그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그러니 아이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나마 우리 학교는 다행인 편이다. 일찌감치 냉난방 시스템이 설치되어 며칠 전부터 난방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 냉난방 시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주로 중학교)에서는 얼음 소식이 들려야 난로를 피울 터이니. 이는 어쩌면 입시 준비로 골몰해야 하는 고교생에게 주어지는 특혜인지도 모르겠다. 학급에 들어가면 아이들 대부분이 얄팍한 담요로 무릎 아래를 감싸고 있다. 심한 아이들은 아예 담요를 긴 치마처럼 아랫도리에 두르고 다니기도 한.. 2020. 11. 7.
우리 반 고추 농사(Ⅱ) 복합비료로 죽은 모종, 다시 심다 우리 반 교실 앞 통로에다 고추 모종 네 포기씩을 심은 화분 두 개를 갖다 놓은 건 지난 4월 24일이다. 모종을 사며 함께 산 의심스러운 ‘복합비료’가 문제였나 보다. 처음 일주일 가까이는 싱그럽게 자라는 듯하더니만 연휴 끝에 돌아오니 잎이 마르면서 죽어가기 시작했다. 집에 가져가 화분에 심은 고추에서는 진딧물이 끊기 시작하고……. 결과적으로 처음 심은 고추는 실패였다. 미련을 끊고 뽑아 버리고, 새 모종을 심었다. 지난번에는 화분 하나에 네 포기를 심었는데, 아무래도 달다(경상도에서 ‘간격이 좁다’는 뜻으로 쓰는 말인데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싶어서 세 포기로 줄였다. 처가에서 얻어온 쿰쿰한 냄새가 나는 퇴비를 적당히 흙을 헤집고 넣어주고 며칠이 지났더니 단박에.. 2020.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