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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교과서4

‘생명’마다 한 ‘우주’, 그 탄생을 위한 ‘인고’의 시간 … 고은의 시 ‘열매 몇 개’와 ‘그 꽃’ 열매 몇 개 1994년 봄, 중학교 3학년 국어 시간에 아이들에게 고은의 시 ‘열매 몇 개’를 가르쳤다. 1989년 해직되어 5년 만에 복직한 경북 북부의 궁벽한 시골 학교에서였다. 모두 7학급의 단설 중학교였는데, 인근에 있는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들려오는 항공기 엔진 소음 피해가 심각했지만, 산비탈에 깃들인 교정이 아름다운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이태 동안 근무하면서 만난 순박한 시골 아이들은 지금도 잘 잊히지 않는다. 5년여 만에 복직하긴 했는데, 쉬 적응하지 못해 헤매던 시기였다. 나는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과 어울려 배구와 농구 등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곤 했다. 고은의 ‘열매 몇 개’는 처음 만나는 시였지만, 나는 단박에 이 시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2022. 10. 25.
문학 교사가 만난 작가 현진건 한국 사실주의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대구 출신 소설가 현진건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 1900~1943)의 소설을 처음 만난 게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의 중학교로 진학한 1960년대의 마지막 해다. 그때 나는 전기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인 대명동 ‘야시골’의 산등성이에 있는 공립 중학교에 들어갔다. 하교할 때마다 들르던 도서실에서 닥치는 대로 읽어댄 한국단편문학전집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중1, 교과서에서 만난 현진건 당시 국어 교과서에 실린 「한국문학의 흐름」이라는 단원을 통하여 우리는 시인 작가들의 아호와 이름을 섭렵했는데, 현진건은 그 목록의 앞부분에, 꽤 길게 소개된 작가였다. 소개된 작품은 「빈처(貧妻)」와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이었는데 정작 .. 2021. 12. 23.
내가 찍은 ‘사진’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생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사진 오늘 오후에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기사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었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는 전갈이었다. ‘저작권협회’와 ‘사진’, ‘교과서’ 따위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협회의 담당자는 내게 의 객원기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한때 그랬다고 대답했다. 은 안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매체다. 지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업첸데 어느 날 거기서 내 블로그의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영세매체가 원고료 따위를 줄 일은 없다.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게 내가 뜻하지 않게 의 객원기자가 된 경위다. 에 내 글이 모두 몇 편이나 실렸는지는 알지 못한다. 거기서 알아서 내.. 2020. 11. 25.
한글, 인도네시아 부톤섬으로 가다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에서 자신들의 언어 표기 문자로 한글 공식 채택 한글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라는 사실은 더는 새롭지 않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헌사와 찬사도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글과 관련된 논의는 그런 최고의 찬사 속에 화석처럼 갇혀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정작 한글이 ‘민족문자’로서의 한계를 넘지 못했으며, 제 나라 제 국민에게서도 여전히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한글이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1997년이다. 1998년부터 2002년 말까지 진행된, ‘문자 없이 말만 있는 언어’ 2900여 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유네스코의 연구에서 한글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비록 한국 정부의 후원을 받기는 하지만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 기여자에게 주는 상도.. 2019.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