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 에로티시즘1 “간밤에 자고 간 그놈” 사설시조 몇 수 읽기 뒤늦게 철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제 내가 가르치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꼼짝없는 ‘늦깎이’인 셈이다. 20년이 넘도록 가르쳐 온 말글이었으나 정작 내가 그것을 마음과 문리(文理)로 깨치게 된 것은 몇 해 전부터인 듯하다. 현대시 몇 편을 가르친다고 열몇 시간을 쓰면서 아는 것 모르는 것 죄다 떠벌리며 거품을 물던 초임 교사 시절을 나는 쓴웃음 없이 떠올릴 수 없다. 그때 내 앞에서 국어 교과서를 폈던, 이제 불혹을 넘긴 중년 부인이 된 제자들을 만나면 나는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 내가 뭘 알고 있는 것 같았니? 정말 그때 내가 시를 제대로 알고나 있었을까……. 갑갑하고 따분해서 읽지 못하던 고전문학 관련 서적을 눅진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변화 .. 2019. 8.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