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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추 말리기5

[2021 텃밭 농사 ⑦] 세 차례 수확으로 고춧가루 아홉 근을 건지다 2021 농사, 고춧가루 수확 7월 27일에 처음으로 홍고추를 수확했다. 4월 29일 모종을 심은 지 꼭 89일 만이다. 거의 해마다 고추를 심고 거두는 일인데도 그 감격은 늘 새롭다. 아마 아이를 얻는 어버이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터이다. 유독 그 마음이 더 애틋했던 것은, 작년에 이어 올 고추가 이전에 우리가 지은 농사와는 달리 굵고 알찼기 때문이었다. [관련 글 : 첫 홍고추 수확의 감격] 고추가 익기 시작하면 한 주일 간격으로 따내야 한다. 수천 평 고추 농사를 짓는 이는 거의 매일 고추를 따내야 한다지 않은가. 첫날 따낸 고추가 7kg, 사흘 후에 따낸 게 8kg으로 합쳐 15kg이었는데, 세 번째 수확한 8월 6일에는 앞선 이틀간 수확과 같은 15kg을 따냈다. 그날 고추밭에 돋아나기 시.. 2021. 8. 17.
[2017 텃밭 일기 3] 진딧물 가고 탄저 오다 텃밭 고추에 탄저(炭疽)가 온 것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다. 눈 밝은 아내가 고추를 따다가 탄저가 온 고추를 따 보이며 혀를 찼을 때, 나는 진딧물에 이어 온 이 병충해가 시원찮은 얼치기 농부의 생산의욕을 반감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딧물로 고심하다가 결국 농약을 사 치고 나서도 나는 마음이 내내 개운치 않았다. 약을 쳤는데도 진딧물은 번지지만 않을 뿐 숙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 무렵 만난 선배 교사와 고추 농사 얘기를 하다가 들은 얘기가 마음에 밟히기도 했다. 집 마당에 텃밭을 가꾸는 이 선배는 부지런한데다가 농사의 문리를 아는 이다. 내가 어쩔까 망설이다가 내 먹을 건데 뭐, 하고 약을 쳐 버렸다고 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무개처럼 큰돈을 들여서 농사를 짓는 이들은 도리가 없.. 2021. 7. 29.
[2021 텃밭 농사 ⑥] 첫 홍고추 수확의 감격 우리 텃밭의 고추가 익기 시작한 것은 7월 16일 무렵이다. 아내는 고추가 익을 때가 됐는데 하면서 홍(紅)고추를 은근히 기다렸다. 가끔 둘러보는 농사 유튜버들의 고추는 벌써나 익었더라고 하면서 아내는 우리가 고추를 심은 게 좀 늦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관련 글 : [2021 텃밭 농사 ⑤] 마침내 고추가 익기 시작했다) 내 반응은 원래 좀 뜨악하다. 아, 익을 때가 되면 어련히 익을까. 물론 내게 홍고추에 대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우리 텃밭 농사에 아내와 같은 수준의 애착이 없을 뿐이다. 우리는 20일과 23일, 일주일 새에 두 번이나 더 텃밭에 들렀다. 병충해가 들끓을 거라는 아내의 조바심 탓이었다. 텃밭에 오면 아내는 가장 먼저 고추 포기를 일일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병들고 시든 고.. 2021. 7. 28.
2020 텃밭 농사 시종기(3) 고추 농사 ② 처음으로 고춧가루 20근을 거두다 좋은 모종으로 시작한 고추 농사 올해는 고추를 심되 비싼 모종, 상인 말로는 족보가 있는 모종으로 심었다는 건 이미 말한 바다. 글쎄, 긴가민가했는데 고추가 자라면서 이전에 우리가 10여 년 이상을 보아온 고추보단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고 우리 내외는 머리를 주억거렸다. “암만, 돈을 더 준 게 돈값을 하는구먼.” “그러게. 엄마가 지은 고추가 전부 이런 종류였던가 봐.” 그렇다. 일단 키가 좀 훌쩍하게 크는데, 키만 크는 게 아니라 검푸른 빛깔을 띠면서 뻗어나는 가지의 골격이 심상찮았다. 고추가 달리기 시작하고, 그게 쑥쑥 자라서 10cm 이상 가는 예사롭지 않은 ‘인물’을 선보이자, 우리 내외는 꽤 고무되었다는 얘기도 앞서도 했었다. 처음으로 익은 고추는 지난 회에서.. 2020. 9. 24.
[2010 텃밭일기 ⑧] 거둠과 이삭(1) 늦장마가 띄엄띄엄 계속되고 있다. 가뭄으로 말라가던 고추는 아연 생기를 얻었고 뒤늦게 새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많이 늦었다. 이웃의 고추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고추도 이미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밭에 당도한 병충해는……, 결국 ‘불감당’이었다. 그럴 수 없이 잘 자라 미끈한 인물을 자랑하던 고추가 구멍이 뚫리거니 시들시들 고는 걸 지켜보는 것은 못할 짓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하는 수 없다. 결국 센 놈만 살아남는 것……,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다. 아내와 나는 사나흘 간격으로 밭에서 익은 고추를 따 왔다. 고추를 따 보면 뜻밖에 내가 지은 농사가 만만찮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우리 지은 농사가 수월찮지?” “그럼!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고추를 따다 먹은 지 아우? .. 2020.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