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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추27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3 텃밭 농사] ⑯고추 농사에 좌절한 얼치기 농부, 박으로 위로받다 칼라병으로 망가진 ‘고추’, 그러나 올핸 ‘박’이 ‘효자’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 농사는 올해까지다 지난번에 홍고추 첫 수확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내용은 그리 개운한 게 아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가 10근에서 3근으로 짜부라든 것은 이런저런 정황을 고려한 셈속이었다. 26일에 이어 어제(70.31.) 다시 텃밭에 들러 익은 고추를 좀 땄다. [관련 글 : 첫 홍고추를 따다] 일단 곁에서 바라보면 밭의 고추는 장해 보인다. 검푸른 잎사귀에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고추가 실팍하고, 거기다 빨갛게 익은 놈은 풍기는 분위기는 가히 풍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업 방석을 깔고 앉아 홍고추를 따면서 우리 내외는 이미 맥을 놓고 있었다. .. 2023. 8. 1.
[2023 텃밭 농사] ⑬ 올해는 ‘호박 농사’ 조짐이 좋다 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 2023. 6. 28.
[2023 텃밭 농사] ⑫ 마늘 수확 - 역시 “농사는 거둘 때가 행복하다” 아홉 달 만에 ‘홍산 마늘’을 수확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마늘 수확은 6월 10일로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니 아내는 좀 당겨서 캐자고 하면서 오늘은 새벽같이 텃밭을 찾았다. 마늘은 이제 거의 말라붙고 있는 참이어서 우리는 얼마간 비감한 심정이 되었다. 그게, 지난해 9월에 심은 이래 아홉 달 동안 우리가 노심초사한 결과라고 한다면 허탈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관련 글 : ① 마늘 파종을 준비하다] 그러나 나는 마늘은 캘 때쯤 되면 다 이렇더라면서 일단 캐 보자고 아내를 달랬다. 그리고 둘이 한 이랑씩 맡아 마늘을 캐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한 손으로 잡아 뽑으면 수월하게 뽑혔다. 통마늘의 크기가 고르지는.. 2023. 6. 8.
[2023 텃밭 농사] ⑪ 고추도 잘 자라고, 오이는 꽤 굵어졌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어쩌다 보니 지난 토요일(27일)에 이어 어제(6월 1일)도 텃밭에 들렀다. 아내의 고추 걱정 때문이다. 마늘은 더는 손댈 형편이 아니어선지, 아내는 고추와 오이 쪽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다. 날마다 농사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면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며칠 동안 비가 좀 내렸다. 아내는 비가 그치면 슬슬 병충해가 번질 우려가 있다며 지난번에 한 번 친 진딧물과 탄저병까지 다스린다는 농약 치기를 기다렸다. 어제 텃밭에 들르자마자 나는 바로 약을 쳤고, 슬슬 고랑에 번지기 시작한 풀을 매는 동안 아내는 고춧대 아래 자란 순을 따 주었다. 그게 수확량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 아내는 신중하게 손을 놀렸다. 그.. 2023. 6. 2.
[2023 텃밭 농사] ⑩ 마늘은 막바지, 고추·오이가 달리기 시작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농사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확이 가까워지면서 병든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마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좀 느슨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충해를 잡을 것처럼 덤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영양제도 주고 방제도 권하는 만큼 했으니 이제 얼마나 거둘지는 하늘의 소관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까짓것, 하늘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것 같네. 안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래요. 첫 농산데 그게 우리 맘대로 될 거라 보는 게 무리였어…….”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마늘은 줄기 부분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게 잎마름병인지 .. 2023. 5. 29.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2022 텃밭 농사 ④] 땅은 늘 ‘들인 땀만큼 돌려준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텃밭 농사 세 번째 이야기를 쓰고 두 달이 훌쩍 흘렀다. 우리 내외는 한 주나 열흘에 한 번쯤 텃밭을 들러 가지나 풋고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호박을 따 갔을 뿐, 편안하게 잘 지냈다. 고추 농사를 그만두고 풋고추나 따 먹자며 고추 서너 그루만 심은 덕분이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긴 하여도, 우리의 고추 농사 이력은 10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농사를 지으며 쑥쑥 자라나는 고추를 기뻐하고 병충해에 상심하면서 익은 고추를 따 그걸 말리고 하는 과정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병충해와 싸우며 스무 근 넘게 고춧가루를 수확한 지난 이태가 우리 고추 농사의 전성기였다. 그래서 한 해쯤 쉬어가는 해로 올해를 시작한 것이었다. 한.. 2022. 9. 8.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2022 텃밭 농사 ①] 고추 농사는 쉬고, 가볍게 시작했지만… 올해는 고추 농사를 쉬어가기로 했다. 지난해엔 고춧가루 22근을 수확하면서 이태째 농사지은 보람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거두기까지 우리 내외가 감당해야 했던 수고가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다시 병충해와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시때때로 소환되는 밭일로 나는 일상이 흐트러짐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고추 농사, 스무 근 수확 이루고 접었다] 결론은 일찌감치 1년을 쉬어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아내는 고구마나 땅콩을 심어서 그거나 거두고 그밖에는 식탁에 오를 만한 채소 몇 가지나 가꾸자고 했다. 올해에 따로 3월 전에 미리 거름을 뿌리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4월께에 퇴비 두 포를 사서 텃밭에 대충 뿌려둔 것은 그래서였다. 지난해 수확을 끝내고 버려둔 텃밭에 시금치를 심어놓고 지난겨울.. 2022. 5. 21.
텃밭을 걷으며 버려진 밭에서 자란 마지막 열매를 거두다 텃밭 이야기를 한 게 지난 7월 초순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간신히 밭을 가꾸어 가면서도 그 손바닥만 한 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찌 고추나 가지 열매에 그치겠냐고 방정깨나 떨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가 보았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움직이는 게 힘겹던 시기여서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보름쯤 뒤에 들렀더니 텃밭 작물들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고추도 가지도 바짝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으므로 아내는 탈기를 했다.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내던져 뒀는데 무슨 농사가 되겠우? 올핸 글렀으니 내년에 어째 보든지…….” 물 구경을 못 한 고추는 자라다 만데다 병충해까지 꾀었다. 익은 것과 성한 것들만 따서 거두어 .. 2021. 9. 27.
[2018 텃밭 일기 3] ‘화수분’ 우리 텃밭 손바닥만 한 텃밭의 알찬 '수확', '화수분'이 따로 없다 텃밭은 ‘화수분’이다? 일찍이 본 적 없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엔간한 더위면 비교적 잘 견뎌낸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더위는 차원이 좀 다르다. 바깥 온도가 37, 8도를 오르내리니 실내 온도도 32도를 웃돌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켜고 마는데, 10년 전에 장만한 에어컨은 지난 9년 동안 쓴 시간의 두서너 배를 올해에 썼다. ‘불볕더위’로 고생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농작물도 죽어나는 모양이다. 벼는 병충해가 늘었고, 과수와 채소는 착과 불량과 생육 부진 등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단다. 텃밭도 더위와 가뭄에 배배 곯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일주일간의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에 득달같이 갔더니 고추와 가지는 이파리가.. 2021.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