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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장 말3

아이라쿵께요, 키가 커삐가 치마가 짧아진 거라예 [서평] 윤명희 외 2006년 5월 일단의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을 폐지하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교육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이 바로 네티즌들이 결성한 지역어 연구 모임인 ‘탯말두레’다.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제출한 심판청구서에서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한 현행 어문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표준어 사용자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 어문정책은 국민의 기본권과 평등권, 교육권, 행복추구권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보는 이들의 논거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사투리는 더는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자산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포함된 지금은 굳이 지역어(사투리)를 차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19. 11. 11.
[한글 이야기] 젺어 보기, ‘고장 말’의 정겨움 ‘겪다’를 ‘젺다’로 쓰는 경상도 말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서 군대 생활 빼고는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당연히 경상도 고장 말에 인이 박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수업 때 쓰는 ‘말’을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초임 시절엔 딴에는 표준말을 쓴다고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억양이야 타고난 지역의 그것을 버리기 어렵지만, 일단 어휘는 공인된 표준말을 썼다. 자주 ‘ㅓ’와 ‘ㅡ’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서 뜻한 바는 얼마간 이루었다. 강원도에서 전학 온 아이가 다른 교사들의 수업은 잘 알아듣지를 못하지만 내 수업은 힘들이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표준말 정책이 고장 말을 열등한 존재로 밀어냈다 경력이 늘고, 나이가 들면서 수업 언어로 굳이 ‘표준말.. 2019. 10. 11.
‘오그락지’와 ‘골짠지’ 무말랭이로 담은 김치 ‘오그락지’ ‘골(곤)짠지’라고 들어 보셨는가. 골짠지는 안동과 예천 등 경상북도 북부지방에서 ‘무말랭이 김치’를 이르는 말이다. ‘짠지’는 ‘무를 소금으로 짜게 절여 만든 김치’인데 여기서 ‘골’은 ‘속이 뭉크러져 상하다.’는 의미의 ‘곯다’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잘게 썰어서 말린 무는 곯아서 뒤틀리고 홀쭉해져 있으니 골짠지가 된 것이다. 안동 '골짠지'를 우리 가족은 '오그락지'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 집에선 아무도 그걸 골짠지로 부르지 않는다. 우리 식구들은 골짠지 대신 ‘오그락지’라는 이름을 쓴다. 이는 내가 나고 자란 경상북도 남부지방 칠곡의 고장 말인데, ‘골’ 대신 ‘곯아서 오그라졌다’는 의미의 ‘오그락’이라는 시늉말을 붙인 것이다. 남의 고장 말과 내 고장 말이라는 것.. 2019.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