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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계절의 순환4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꽃과의 만남, 1년 만이지만,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 같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이다. 이 단순한 구분은 일단은 합리적이고, 실제 날씨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올 입춘은 지난 2월 4일, 설날 전이었다. 24절기는 태음태양력에 맞춘 것으로, 실제 계절의 추이와 함께 간다. 오래 기다려온 봄꽃, 산수유 설날을 전후하여 날씨가 봄날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계절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월 19일이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였고,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3월 5일이니 봄은 이제 이미 .. 2024. 2. 29.
⑧ 소만(小滿), 밭에선 보리가 익어가고 여름의 두 번째 절기 소만(小滿) 5월 21일(2024년도는 20일)은 여름의 두 번째 절기 소만이다. ‘작을 소(小), 찰 만(滿)’자를 써서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차다’는 뜻이다. 소만 즈음이면 더위가 시작되고 보리가 익어가며 부엉이가 울어 예기 시작한다. 모내기와 보리 수확 따위가 이어지는 농번기다. 에 ‘4월이라 맹하(孟夏) 소만(小滿) 절기로다.’라 노래했지만 사실 소만은 다른 절기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기는 절대빈곤 시대의 아픈 상처 ‘보릿고개’[춘궁기(春窮期)]의 때다. 내남없이 지난해 추수한 양식은 바닥나고 올해 지은 보리농사는 미처 여물지 않은 상태 말이다. ‘보릿고개’와 자주감자 맥령기(麥嶺期)라고도 부른 이 어려운 시기는 특히 식량 수탈에 시달리던 일제 강.. 2023. 5. 20.
김광규 시 ‘나뭇잎 하나’ 일상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성찰, 그 담백한 기록 아이들에게 을 가르쳐 온 지 서른 해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문학은 쉽지 않다. 때로 그것은 낯설기조차 하다. 아이들 앞에선 우리 시와 소설을 죄다 섭렵한 척하지만 나날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교사는 아이들보다 경험의 폭이 크고 깊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편도 그렇지만, 부교재나 모의고사 따위에 나오는 시들 가운데서는 뜻밖에 낯선 시들도 나날이 목록을 더해 간다. 그 시편들을 낱낱이 뜯고 찢어내어 아이들에게 펼쳐 보이는 게 교사들의 주된 임무(?)다. 가슴으로 느끼고 담으라고 하는 대신 우리는 낱낱의 시어에 담긴 비유와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데 그친.. 2021. 5. 4.
3월의 눈 3월의 강설 2003년인가 3월 초순쯤에 폭설이 내려 각급 학교가 휴업을 하는 사태가 있긴 했다. 그러나 대체로 ‘3월의 눈’은 남부지방에선 흔한 일이 아니다. 안동은 나라 안 3대 과우(過雨) 지역 중 하나다. 연간 강수량도 적지만, 눈은 잠깐 흩날리는 게 고작인 동네다. 지난겨울은 눈이 푸졌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신나 했지만, 정작 눈은 어른들에게는 성가신 존재다. 눈이 주는 기쁨은 잠시고 그 뒤처리는 긴 까닭이다. 푸근하게 내려 쌓인 눈은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하지만, 그걸 치우는 데 들이는 노력이나 쌓인 눈으로 말미암은 교통 장애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군대 시절에 우리는 눈을 저주했다. 비가 오면 교육을 멈추지만, 눈이 오면 교육은 교육대로 진행하면서 휴식 시간에는 눈까지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2020.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