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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결혼2

교사의 주례사 - 서로에게 ‘올바른 상대’ 되기 제자의 결혼식 주례사를 쓰면서 결혼 철이다. 4월, 강변의 벚꽃이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지난 주말, 여제자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객이 아니라 주례 노릇을 했으니 ‘다녀왔다’란 표현은 거시기할지도 모르겠다. 2001년에 한 제자 녀석의 혼인을 주재한 이래 두 번째니 꼭 10년 만이다. 제자들로부터 의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은 드문드문 받긴 했지만, 대부분은 단박에 거절해 버리곤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그런 엄숙한 의식을 주재한다는 게 체질에 맞지 않는 데다가 스스로가 그런 노릇에 합당한 인물이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판의 놀이판처럼 바뀐 결혼식 풍속도 존경할 만한 인품을 갖고 있지도, 제대로 된 남편으로 훌륭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오지도 못한 사람에게 주례란 넘치는 지위일 뿐이었다.. 2020. 2. 15.
시나브로 ‘아비의 시대’는 가고 장성녕의 맏이, 결혼식에 다녀와서 미라가 시집을 갔다. 2008년 아버지를 잃고 올 4월에는 어머니까지 잃고 두 동생을 거두어야 했던 고 장성녕 선생의 맏이 미라가 결혼했다. 아랫도리를 벗고 지내던 시절부터 보아온 아이고 자라는 과정에서 아이의 심덕을 잘 알고 있는 터여서 혼인 소식에 반색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관련 글 : 잘 가게, 친구(2008. 2. 14.) 지아비와 함께 편히 쉬시라(2012. 5. 1.)] 지난 4월, 제 어머니 장례를 치를 때 아이의 곁을 지켰던 건실한 청년이 있었다. 그냥 마지못해서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여러 가지 궂은일 마다치 않던 친구였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는 그 친구에게 덕담을 건넸었다. 어쨌든 이른 시일 안에 국수를 먹게 해 주.. 2019.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