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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개학2

다시 삼월 2008학년도 시작 연중 가장 길고 지겨운 한 주다. 월요일(3일) 개학을 했으니 한 보름쯤 너끈히 지난 듯한 느낌인데도 아직 목요일이다. 잠시 짬도 없이 이것저것 업무 보랴, 수업하랴 단내를 풍기면서 동료들은 ‘아직도야?’를 외친다. 3월 말까지 시간은 느림보처럼 움직일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교 풍경이다. 2학년을 다시 맡았다. 애당초엔 비담임으로 갈까 했으나 남은 세월이 만만찮은데 벌써 첨지 흉내를 내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담임을 희망한 것이다. 학급은 같은 5반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문과반이다. 복도 많지, 아이들 숫자도 작년의 24명에 이어 26명이다. 이과 세 반이 두 반으로 줄면서 5반이 문과반이 된 것이다. 고정관념 탓도 있겠지만 문과반과 이과반은 교과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진다. .. 2021. 3. 7.
삼월, 그리고 서설(瑞雪) 3월 내린 상서로운 강설 개학 첫 주,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장 길고 힘든 주일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하고 돌아오면 소소한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낯선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며 씩씩하게 인사를 해대지만 정작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다시 2학년이다. 나는 잠깐만 망설였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문과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과반이 한반 늘면서 문과의 끝 반인 4반을 맡았다. 아이들은 서른셋. 작년의 스물다섯에 비기면 여덟 명이 많을 뿐이지만. 교실이 꽉 찬 느낌이고, 사흘째지만 아이들 얼굴을 익히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이웃 반에는 저희가 중1 때 특별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익힌 아이가 몇 있지만, 우리 반엔 나와 연이 있는 아이가 전혀 없다. 어저께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읽다.. 2021.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