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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개나리2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산동네의 봄 안동 태화동 산동네에 닿은 봄 안동시 태화동 ‘말구리길’은 안동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이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몇 해 전, 말구리재에 이어진 야산을 거닐다가 그해 처음으로 생강나무꽃과 매화를 만난 곳이 말구리길이기 때문이다. 말구리길은 태화동에서 송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말구리재’ 이쪽의 야산 아랫동네를 일컫는다. 말구리길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지번 위주의 주소체계를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는 새로운 주소체계를 따라 붙인 이름이다. ‘말구리’라는 지명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다른 데는 어떤지 모르지만 태화동 말구리는 ‘말이 굴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말’에 ‘구르다’는 동사의 어간(‘구르-’)에 명사를 만들어주는 접사 ‘-이’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 2021. 4. 5.
봄, 혹은 희망 낙동강변에 당도한 봄, 그리고 희망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은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이미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썰렁했던 아파트 담장 위에, 드러난 살갗을 간질이며 매끄럽게 휘돌아 지나가는 바람의 속살에, 숙취로 어지러운 아침 식탁에,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이미 봄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들른 조각공원에서 찍어 온 강변 풍경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자면, 그 풍경 속을 스쳐 간 실바람, 미루나무 그늘에 쌓이던 햇볕의 온기까지 뚜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햇빛 때문에 아련한 푸른빛 기운과 함께 시나브로 다가오는 건너편 산, 잘디잘게 떨고 있는 비췻빛 물결 등이 어울려 연출하는 이 풍경은 이미 봄이 우리 가슴속까지 와.. 2021.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