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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가을8

2023 가을 본색(1) 익어가는 열매들 결실과 수확의 계절, 주변에서 익어가는 과실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가을을 ‘결실’이나 ‘수확’의 계절이라고 이르는 것은 새삼스럽고도 진부하다. 한때는 그게 사람들이 쓰는 편지의 첫 부분인 계절 인사로 즐겨 쓰이긴 했지만, 더는 그 의미의 울림이 새롭지 않아서다. 그것과 동시에 쓰인 표현이 ‘천고마비’나 ‘독서’의 계절 등인데, 그것도 해묵어 화석이 되어버린 표현이다. 그나마 ‘조락(凋落)’의 계절이라고 하면, 앞엣것에 비기면 케케묵은 느낌이 덜하다. ‘조락’은 ‘시들어 떨어진다’라는 한자어인데, 정작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낙엽’의 계절을 선호한다. 결실이나 수확이 작물이나 과수의 숙성을 가리키는 낱말이라면, ‘조락’은 그 이후의 생태적 현.. 2023. 11. 1.
잎 벗은 나무와 갈대…, 샛강의 가을 서둘러 잎 떨군 벚나무와 갈대, 가을 이미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0일, 다시 샛강을 찾았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체감 온도가 떨어졌다. 오랜만에 도로 아래쪽 강부터 돌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차서 몇 번이나 뚜껑 없는 챙 모자가 날아가려고 해서 나는 몇 번이나 모자를 새로 눌러써야 했다. 사흘 전 들러 버들마편초를 찍을 때만 해도, 그새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졌네, 하고 무심히 지나쳤었다. 바람이 몰아치는 둘레길로 들어서는데, 강을 삥 둘러싼 벚나무에 잎이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 품종이 조금씩 달라서일까,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요즘 매일 지나치는 동네 중학교 운동장의 벚나무도 한창 단풍으로 물.. 2023. 10. 23.
2022년 가을, 코스모스 2022년 가을, 산책길의 코스모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산책길(아침마다 이웃 동네로 한 시간쯤 걸어갔다 오는 아침 운동)마다 습관적으로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선다. 매일 만나는 뻔한 풍경이지만, 그걸 렌즈에 담으면서 미묘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한다. 맨눈에 담긴 풍경은 순식간에 스러져 잔상만 남지만, 렌즈를 통해 기록된 풍경은 그 정지된 순간에 명멸한 정서를 인화해 주는 것이다. 1984년 초임 학교에서 할부로 펜탁스 수동 카메라를 장만한 이래, 2004년에 처음으로 똑딱이 디지털카메라에 입문했고, 2006년에는 마침내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손에 넣었다. 이 카메라는 이후 몇 차례 상급 기종을 거쳐 지금은 펜탁스 K-1Ⅱ가 되.. 2022. 10. 23.
그의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농부 미나리가 보내온 가을 수확 이웃 시군에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몇 살쯤 위기는 하나 그깟 나이야 무슨 상관인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더러 우의를 나누는 사이다. 나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던 것 같다. 그는 지금 사는 데 집을 짓고 부근의 땅 마지기를 이루어 농사를 짓는데 올해도 감이며 밤 같은 과실을 보내주었다. 얼마 전에는 그간의 정성이 고마워서 책 몇 권을 보냈더니 이내 연락이 왔다. 잘못 보낸 거 아닙니까? 제대로 갔네. 읽을 만한 책 같아서 보낸 거니까……. 말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다. 바로 쪽지 하나와 함께 우체국 택배가 날아왔다. 이건 또 뭐야, 했더니 그가 몸소 지은 가을걷이 일부다. 콩이 있고, 팥이 있고, 강냉이, 곶감에다가 수세미.. 2021. 11. 13.
만추, 수학능력시험 내 숲길에는 가을이 더디다, 하고 쓴 게 얼마 전이다. 그러나 어느새 가을은 깊숙이 나무와 숲에 당도해 있다. 단풍을 나무랐지만, 솔숲에 알게 모르게 어린 기운은 쇠잔한 가을빛이다. 안개 사이로 길을 재촉하는 여학생이나 원색의 옷을 차려입고 바쁘게 산길을 나아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도 가을은 이미 깊다. 11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이다. 지난 3년 동안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있는 3학년 교실에는 허탈과 비장감이 엇갈린다. 교실 뒷벽마다 후배들의 기원이 담긴 펼침막이 걸려 있다.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마음이야 누군들 같지 않겠는가. “펜이 가는 곳마다 답이 되게 하소서.” 2014. 11. 9. 낮달 일주일이 무섭다. 오늘 아침에 만난 숲길의 단풍이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제.. 2021. 11. 9.
낙동강 강변에 펼쳐진 ‘으악새’를 아시나요 자생한 구미 낙동강 체육공원의 억새밭의 발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다니지 않으면 코앞의 절경도 모른다는 건 맞는 말이다. 좋은 풍경을 찾는 일을 즐기기는 하지만, 정작 내가 사는 고장에 쓸 만한 풍경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는 것을 확인해서 하는 얘기다. 최근 낙동강 체육공원, 경북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쪽 강변에 꽤 널따란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2012년에 문을 열었다는 낙동강 체육공원은 그간 서너 번쯤 들렀을 것이다. 그러나, 체육과는 별 인연이 없는 나는 바람이나 쐰다고 휑하니 들렀다 나오곤 했으니 거기 조성해 둔 풍경에 대해 아는 게 있을 리 없다. 바깥 활동이 잦은 아내를 통해 가끔 거기 무슨 무슨 꽃.. 2020. 11. 7.
10월의 학교 풍경, 그리고 아이들 10월의 학교 풍경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책에다 코를 박고 있다. 아침 여덟 시 이전에 학교에 와서 밤 열 시가 넘어야 집으로 가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은 거의 14시간이 넘는다. 아이들을 남겨두고 퇴근할 때마다 안쓰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이들은 학교 급식소에서 오후 1시, 6시에 각각 두 끼의 식사를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틈만 나면 매점으로 달려간다. 막대사탕이나 짜 먹는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주전부리로 보상받으려는 ‘결핍’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집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자연 일상을 고스란히 학교로 옮겨야 한다. 교실의 콘센트에는 늘 휴대전화와 PMP, 전자사전 등의 충전기가 꽂.. 2020. 10. 12.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김호철의 노래 ‘꽃다지’를 들으며 맥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2학기 개학을 하면서부터다. 낯익은 자리에 다시 서긴 했는데, 어쩐지 그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불현듯 정처를 잃어 버렸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무언가에 마음을 붙이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그게 홀연히 사라진 것 같았다고나 할까. 대체 나는 무얼 바라고 지내왔던가. 내가 기다렸던 것은 이름뿐인 여름방학이었고, 마지막 남은 일주일의 휴식이었던 것일까. 방학 끝 무렵, 벗들과 함께 보낸 거제도에서의 2박 3일이 그나마 애틋한 시간으로 떠오른다. 오전엔 수업을 하고 오후엔 쉬던 방학 생활에 몸이 너무 편했던가. 다시 하루 5~6시간의 수업에 적응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방학내 선선하더니 개학과 함께 반짝 더위가 찾아왔고, 다시 황망한 여름의 끝.. 2019.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