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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5월3

5월, 그 함성으로 5월, 민주주의의 함성을 기억하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진부한 수사로는 5월을, 그 아픔과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을 다 말하지 못한다. 쇠귀 선생의 그림과 함께 일별해 보는 5월의 달력에는 아직도 선연한 피의 흔적, 매캐한 최루탄 내음, 그 푸른 하늘에 나부끼던 깃발과 드높던 함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벽두인 1일은 ‘메이데이(May Day)’다. 만국 공통의 이 ‘노동절’은 아, 대한민국에서만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의 역사도 만만찮다.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 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3월 10일(대한노총 창립일)로 생일이 바뀐데다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개칭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2022. 5. 1.
김광규 시 ‘나뭇잎 하나’ 일상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성찰, 그 담백한 기록 아이들에게 을 가르쳐 온 지 서른 해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문학은 쉽지 않다. 때로 그것은 낯설기조차 하다. 아이들 앞에선 우리 시와 소설을 죄다 섭렵한 척하지만 나날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교사는 아이들보다 경험의 폭이 크고 깊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편도 그렇지만, 부교재나 모의고사 따위에 나오는 시들 가운데서는 뜻밖에 낯선 시들도 나날이 목록을 더해 간다. 그 시편들을 낱낱이 뜯고 찢어내어 아이들에게 펼쳐 보이는 게 교사들의 주된 임무(?)다. 가슴으로 느끼고 담으라고 하는 대신 우리는 낱낱의 시어에 담긴 비유와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데 그친.. 2021. 5. 4.
‘군대’란 무엇인가, 전역병의 ‘통과의례’- ‘재소집’의 악몽 의무복무, 70년대 병영의 추억 ① ‘악몽’의 통과의례-새로 입대하라고? 군대를 다녀온 평균치의 한국 남자라면 으레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그것은 현역을 마치고 예비역이 되는 날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그의 안면을 어지럽히는 ‘재소집’의 악몽이다. 그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떠나온 병영이다. 그런데 ‘재소집’이라니! 악몽의 전개 양상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재소집은 영장이 아니라 현역 군인에 의해 통보되며, 말미 없이 바로 끌려가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거기 맞서 당사자는 울며불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자신이 현역을, 그것도 만기로 마친 사람이란 걸 눈물로 호소한다. 물론 이 호소는 간단히 무시되며 주변에 자신의 전역을 증명해줄 어떤 증거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꿈은 종료된다... 2019.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