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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쑥부쟁이4

2022년 가을 풍경(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완연한 가을’이라는 표현도 뜬금없을 만큼 가을은 제대로 깊었다. 10도도 넘는 일교차로 아침 운동에 나서기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7시를 전후해 집을 나서서 인근 교외인 가마골까지 다녀오기는 빼먹지 않으려 애쓴다. 사나흘에 한 번씩 단렌즈를 끼운 사진기를 들고 나서는 것은 미세하게나마 바뀌고 있는 가을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집을 나서 한 십 분만 걸으면 교외의 들판이 나타난다. 아직 ‘황금물결’이 되기는 이르지만, 논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고, 길가에 드문드문 이어지는 코스모스도 활짝 피었다. 올해는 유난히 나팔꽃이 흔하다. 나팔꽃은 길가 풀숲에, 농가의 울타리에, 동네의 전신주를 가리지 않고 그 연파랑 꽃잎을 드리우.. 2022. 10. 4.
‘도토리’ 노략질 이야기 수업 없는 시간에 뒷산 기슭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를 찍었다. 후배가 ‘백구자쑥’이라고 한 그 쑥부쟁이다. 보랏빛 쑥부쟁이를 찍었으니 남은 건 흰빛의 구절초[백구(白九)]다. 산이 깊지 않아서일까. 뒷산에는 구절초가 눈에 띄지 않는다. 동료로부터 어느 골짜기에 가면 구절초가 두어 포기 피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는 못한다. 그게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처에 다른 쑥부쟁이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길도 없는 숲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쑥부쟁이를 찾다가 내가 찾은 건 숲에 소복이 떨어진 도토리였다. 꿀밤! 국어사전에서야 ‘도토리’라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 그것은 ‘꿀밤’이다. 간밤에 분 바람 탓일까. 제법 굵직한 크기의 도토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가으내.. 2021. 10. 16.
‘백구자쑥’을 아십니까?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구별 때로 우리가 가진 상식 가운데엔 그 실체와 벗어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상식의 허실’이다. 뜻밖에 우리의 앎이란 아주 부실할 뿐 아니라, 더러는 허무맹랑하기까지 하다. 특히 자연에 대한 우리 지식의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얕다. 들이나 숲으로 나가 보라. 우리가 알고 있는 풀꽃과 나무의 목록이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그 빈약한 목록은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나무’ 따위와 같은 황당한 문학적 표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또 여러 개체를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리는 것도 그런 가난한 앎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들국화와 참나무는 그 좋은 예다. 편하게 쓰긴 하지만 정작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다. 그것은 국화과의 야생화를 통칭하는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참나무도 .. 2020. 10. 19.
오월의 산, 숲은 가멸다 어느덧 오월도 막바지입니다. 오늘은 대구 지방의 온도가 섭씨 35도에 이를 거라니 계절은 좀 이르게 여름으로 치닫는 듯합니다. 서재에서 바라보는 숲은 더 우거졌고 산색도 더 짙어졌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도 얼마간 습기를 머금었습니다. 한동안 베란다에 노랗게 쌓이던 송홧가루도 숙지는 듯합니다. 바람을 통해 수정이 이루어지는 이 풍매화(風媒花)는 이제 꽃가루를 날리고 받는 일은 끝낸 것일까요. 수분(受粉)에서 수정에 이르는 6개월 뒤에 비로소 암꽃은 솔방울을 달게 되겠지요. [관련 글 : 송홧가루와 윤삼월, 그리고 소나무] 올에 유난히 짙은 향기로 주민들의 발길을 붙들던 아까시나무꽃도 이제 거의 졌습니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요, 아까시나무 꽃잎은 산길 곳곳에 점점이 흩어져 밟히고 있습니다. 싸리꽃도 .. 2020.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