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쇠락2

장미보다, 다시 찔레꽃 5월, ‘찔레꽃의 계절’ 해마다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여기저기 찔레꽃을 찾아 나서곤 해 왔다. 철 되면 피는 꽃이 올해라고 달라질 리 없건마는 4월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나는 고개를 빼고 산기슭이나 골짜기를 살펴보곤 하는 것이다. * 찔레, 그 슬픔과 추억의 하얀 꽃(2010/05/28) * 장미와 찔레, 그리고 이연실의 노래들(2015/05/16) 그러나 찔레꽃을 그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언제나 반 박자쯤 늦다. 조금 이르다 싶어 잠깐 짬을 두었다 다시 찾으면 이미 그 하얀 꽃은 조금씩 시들어가고 있었던 게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무슨 일로 바빴나, 그저께 며칠 만에 오른 산어귀에서 만난 찔레꽃은 바야흐로 그 절정의 시기를 막 넘고 있는 참이었다. 지난 9일 치른 대선이 ‘장미 대선’.. 2020. 5. 20.
몸, 삶, 세월 삶과 세월 속에 쇠락하는 몸 언제부터인가 옷을 벗으면 편해졌다. 겉옷이 아니라 속옷까지 죄다 벗고 알몸이 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알몸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세상, 선택은 자유롭지 않다. 옷을 벗고 있어도 가능한 공간이란 고작 욕실 정도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아도 침실을 넘지 못한다. 알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란 거기가 거기다. 욕실에서 몸을 씻거나 침실에서 속옷을 갈아입을 때다. 몸을 씻고 나서 속옷을 꿰는 일이 번거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집안에 아내만 있을 때는 맨몸으로 욕실을 나선다. 그리고 이 방 저 방을 거리낌 없이 드나들며 볼일을 본다.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아내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알몸, ‘옷’으로부터의 해방 옷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2020.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