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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사투리5

‘아퀴’와 ‘매조지다’ - 정겨운 우리말 ② ‘입말’과 ‘글말’ 더는 입말[구어(口語)]과 글말[문어(文語)]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학교에서는 ‘언문일치’라고 가르친다. 이른바 언문일치 시대가 열린 것은 개화기를 지나면서였다. 원래 ‘언문일치’란 ‘우리말을 한문 문장이 아닌 국문체 문장으로 적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곧 문장을 구어체로 적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어체와 문어체가 일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성격으로 달리하는 문체이기 때문이다. 문어체는 문어체답고, 구어체는 구어체다운 면모를 갖추는 게 이상이지, 그 둘이 아무 차별성 없이 일치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닌 까닭이다. 음성언어로 구현되는 구어와 문자로 기록되는 문자언어인 문어의 차이는 적지 않겠으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구어가 날것이라면 .. 2021. 4. 25.
포복절도하다 등이 서늘… 끝내주는 <충청도의 힘> [서평] 남덕현의 …정말 감칠맛 납니다 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에 실린 기자 칼럼에서다. 기자는 이 책에 나오는 노인의 말씀을 제법 길게 소개했다. “세상일이란 한 가지로 똑 떨어지는 법은 없다.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새끼를 치니까. 1번 되었다고 너무 야코 죽지 말아라. 5번 찍었으면 반드시 5번이 새끼 칠 날이 올 거니깐….”(눈치챘겠지만 지난 대선 이야기다. 5번 찍은 사위에게 건넨, 1번 찍은 장인어른 말씀이다.) 머리를 갸웃했지만, 무슨 책 이름이거니 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에 8월호에 실린 어떤 글을 읽다가 퍼뜩 짚이는 게 있었다. ‘수덕사가 워디 가?’라는 제목의 글은 포복절도하고도 남을 이야기였다. 책을 읽다가 거의 대굴대굴 구를 지경으로 배를 잡은 건 거의 십몇 년 만이.. 2020. 8. 18.
썩은 소나무 그루터기, ‘고두배기’를 아십니까? 경상도 방언 ‘고두배기’의 표준어는 ‘고주박이’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삼월이 코앞이다. 지난겨울은 길고 추웠던 까닭에 자연 산행을 나서는 날이 줄었었다. 줄기만 한 게 아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나면 넓적다리관절(고관절) 쪽에 통증이 있곤 하여 어느 날부턴가 산행 대신 이웃 가맛골[부곡(釜谷)]까지 평지를 걷고 있다. 그러다가 새로 발견한 산길이 이웃한 중학교 뒷산을 올라 가맛골까지 벋은 밋밋한 숲길이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10여 분만 오르면 산등성이에 이르고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 죽 이어지는 맞춤한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것은 청미래덩굴의 열매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인지 가맛골 뒤 저수지 근처의 잡목숲에는 청미래덩굴 군락이 빨갛게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그 길을 지.. 2020. 3. 27.
아이라쿵께요, 키가 커삐가 치마가 짧아진 거라예 [서평] 윤명희 외 2006년 5월 일단의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을 폐지하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교육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이 바로 네티즌들이 결성한 지역어 연구 모임인 ‘탯말두레’다.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제출한 심판청구서에서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한 현행 어문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표준어 사용자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 어문정책은 국민의 기본권과 평등권, 교육권, 행복추구권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보는 이들의 논거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사투리는 더는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자산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포함된 지금은 굳이 지역어(사투리)를 차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19. 11. 11.
[한글 이야기] 젺어 보기, ‘고장 말’의 정겨움 ‘겪다’를 ‘젺다’로 쓰는 경상도 말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서 군대 생활 빼고는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당연히 경상도 고장 말에 인이 박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수업 때 쓰는 ‘말’을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초임 시절엔 딴에는 표준말을 쓴다고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억양이야 타고난 지역의 그것을 버리기 어렵지만, 일단 어휘는 공인된 표준말을 썼다. 자주 ‘ㅓ’와 ‘ㅡ’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서 뜻한 바는 얼마간 이루었다. 강원도에서 전학 온 아이가 다른 교사들의 수업은 잘 알아듣지를 못하지만 내 수업은 힘들이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고 했으니. 표준말 정책이 고장 말을 열등한 존재로 밀어냈다 경력이 늘고, 나이가 들면서 수업 언어로 굳이 ‘표준말.. 201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