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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비문7

“치료하실게요”라고요? “침 치료하실게요.”라고? 요즘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반년이 넘었는데도 낫지 않는 목과 어깨의 통증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조금 찌뿌둥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뻣뻣해진 목을 움직이면 미세한 통증이 오곤 한다. 정형외과에서 방사선 사진을 찍었더니 의사가 목 디스크 기운이 있다더니 그게 빈말은 아니었던 게다. 젊은 의사가 놓는 침이 듣는 것 같아서 그간 세 번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찜질과 전기 치료, 침에 부항까지 시술받고 나면 몸이 좀 가뿐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집에서도 멀지 않아 얼마간 더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이 병원에서는 간호사는 물론이고 젊은 한의사도 말끝에 ‘~하실게요’를 붙이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어쩌다 그랬으면 무심히 넘어갔을 텐데, 이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들.. 2020. 10. 16.
제발, 이번 한가위는 ‘되지’ 말고 ‘쇠자’ 한가위 인사, “한가위 되세요”로 쓰면 안 되는 이유 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 2020. 9. 30.
여전히 ‘한가위 되세요’ - ‘백약이 소용없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명절이 다가오면서 거리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걸린 펼침막마다 ‘한가위 되세요’가 넘쳐나고 있다. 어느덧 그걸 주제로 입을 떼는 게 민망할 정도다. ‘~되세요’ 형식의 이 황당한 인사말은 이미 관공서의 자동응답시스템(ARS)에까지 진출했다. 쓰기보다 쓰지 않기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된 듯싶다. 그간 내가 쓴 관련 글의 목록 2013/09/21 는 영원하다! [ 바로가기 ☞] 2012/09/30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 바로가기 ☞] 2010/10/02 여전히 ‘한가위 되시라’, 그 뒷이야기 [ 바로가기 ☞] 2010/09/24 여전히, ‘한가위 되라’고 한다 [바로가기 ☞] 2010/09/18 한가위, ‘되지’ 말고 즐겁게 ‘쇠자!’ [바로가기 ☞] 소용없는 일이란.. 2020. 9. 28.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나 “희망찬 설날 되세요.” 따위의 비문이 우리 일상을 점령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바야흐로 이 ‘~ 되세요’는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나마 어법을 지키려고 애쓰던 언론사들마저 이 발랄한(!) 비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위 아침, 전자우편으로 날아온 기업이나 단체의 한가위 인사들, 인터넷에서 잠깐 검색해서 확인해 본 결과이다. 엄밀한 통계적 의미가 있을 수는 없지만 이게 ‘대세’라는 걸 부인할 도리는 없어 보인다. 이른바 ‘콩글리시’라 해서 잘못 쓰는 영어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는 견주어지는 대목이다. 대문에 명절을 기념하는 문구나 그림을 붙였던 언론사 누리집들은 이번 한가위에는 좀 썰렁해 보인다. 그림으로 대신하거나, 문장 대신 ‘풍요롭고 즐거운 한.. 2020. 9. 28.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저해한다’? 서술어, 함부로 생략해선 안 된다 술병에 붙이는 음주 경고문이 21년 만에 바뀌었는데 이 문구가 문법에 맞지 않은 비문(非文)이었다. 결국 논란 끝에 보건복지부를 이를 다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의 문구는 주어와 서술의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술병에 붙은 ‘과음 경고 문구’를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흡연 및 과음 경고 문구 등 표시내용’은 고시로 지정된 의무사항이다. 소주든 맥주든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모든 주류용기에는 지정된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고시의 경고 문구는 세 가진데 그 중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 문구가 잘못 쓰였다. 해당 문구는 문장 안에 세 가지 정보를 담고 있다. 과음이 ‘암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 ‘임신 .. 2020. 9. 15.
대통령의 비문(非文) 이 대통령의 맞춤법은 이미 온 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으니 한두 개 맞춤법이 어긋나는 것쯤이야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번 타계한 박경리 선생을 조문하면서 방명록에 남긴 말씀은 단순히 표기에 어긋난 맞춤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이나라 강산을 사랑하시는 문학의 큰별께서 고히 잠드소서.”라고 썼다. 이 문장에서 띄어쓰기가 바르지 않다든가, ‘고이’를 ‘고히’로 쓴 것쯤은 애교로 넘길 수도 있겠다. 문제는 고인이 된 사람의 행위를 현재 시제인 ‘사랑하시는’으로 쓴 것을 포함, 이 문장이 문법에 어긋난, 이른바 ‘비문(非文)’이라는 데 있다. 이 문장이 비문이 되는 이유는 주어인 ‘큰 별께서’와 서술어인 ‘잠드소서’가 서로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 쓰기에 있어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 2020. 5. 9.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말글 살이 이야기 - 가겨찻집’를 시작하면서 새로 방 한 칸을 들인다. 내 블로그는 네 칸짜리 ‘띠집’인데 여기 또 한 칸을 들이면 ‘누옥(陋屋)’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 칸을 넘으면 이미 ‘수간 모옥(數間茅屋)’에 넘치니 꼼짝없이 ‘띠집’[모옥(茅屋)]을 졸업해야 할 듯도 하다. 새로 들이는 칸의 이름은 ‘가겨 찻집’이다. 한겨레 18°의 고정 꼭지였던 ‘말글 찻집’을 본뜬 이름이다. 워낙 그 꼭지 이름이 가진 울림이 좋아서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걸 감수하고 본떠서 쓴다. ‘가겨’는 물론 ‘가갸거겨’를 줄인 것. 나는 여기다 우리 말글살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으려 한다. 오랜 망설임과 주저가 있었다. 물론 망설임의 까닭도 여럿이다. 아이들에게 겨레말을 가르쳐 온 지 스무 해가 넘었.. 201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