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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비문7

제발, 이번 한가위는 ‘되지’ 말고 ‘쇠자’ 한가위 인사, “한가위 되세요”로 쓰면 안 되는 이유 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 2023. 9. 28.
“치료하실게요”라고요? “침 치료하실게요.”라고? 요즘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반년이 넘었는데도 낫지 않는 목과 어깨의 통증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조금 찌뿌둥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뻣뻣해진 목을 움직이면 미세한 통증이 오곤 한다. 정형외과에서 방사선 사진을 찍었더니 의사가 목 디스크 기운이 있다더니 그게 빈말은 아니었던 게다. 젊은 의사가 놓는 침이 듣는 것 같아서 그간 세 번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찜질과 전기 치료, 침에 부항까지 시술받고 나면 몸이 좀 가뿐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집에서도 멀지 않아 얼마간 더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이 병원에서는 간호사는 물론이고 젊은 한의사도 말끝에 ‘~하실게요’를 붙이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어쩌다 그랬으면 무심히 넘어갔을 텐데, 이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들.. 2020. 10. 16.
여전히 ‘한가위 되세요’ - ‘백약이 소용없다’ 잘못된 명절 인사 ‘한가위 되세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명절이 다가오면서 거리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걸린 펼침막마다 ‘한가위 되세요’가 넘쳐나고 있다. 어느덧 그걸 주제로 입을 떼는 게 민망할 정도다. ‘~되세요’ 형식의 이 황당한 인사말은 이미 관공서의 자동응답시스템(ARS)에까지 진출했다. 쓰기보다 쓰지 않기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된 듯싶다. 그간 내가 쓴 관련 글의 목록 2012/09/30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2010/10/02 여전히 ‘한가위 되시라’, 그 뒷이야기 2010/09/24 여전히, ‘한가위 되라’고 한다 2010/09/18 한가위, ‘되지’ 말고 즐겁게 ‘쇠자!’ 소용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한가위 인사에 있어 포털은 중립을 취.. 2020. 9. 28.
“한가위 되세요!”는 쭉 계속된다 어법에 어긋난 명절 인사 생각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나 “희망찬 설날 되세요.” 따위의 비문이 우리 일상을 점령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바야흐로 이 ‘~ 되세요’는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나마 어법을 지키려고 애쓰던 언론사들마저 이 발랄한(!) 비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위 아침, 전자우편으로 날아온 기업이나 단체의 한가위 인사들, 인터넷에서 잠깐 검색해서 확인해 본 결과이다. 엄밀한 통계적 의미가 있을 수는 없지만 이게 ‘대세’라는 걸 부인할 도리는 없어 보인다. 이른바 ‘콩글리시’라 해서 잘못 쓰는 영어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는 견주어지는 대목이다. 대문에 명절을 기념하는 문구나 그림을 붙였던 언론사 누리집들은 이번 한가위에는 좀 썰렁해 보인다. 그림으로 대신하거나, .. 2020. 9. 28.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저해한다’? 서술어, 함부로 생략해선 안 된다 술병에 붙이는 음주 경고문이 21년 만에 바뀌었는데 이 문구가 문법에 맞지 않은 비문(非文)이었다. 결국 논란 끝에 보건복지부를 이를 다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의 문구는 주어와 서술의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라는 것이다. [관련 글 : ‘주어의 생략’을 ‘주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술병에 붙은 ‘과음 경고 문구’를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흡연 및 과음 경고 문구 등 표시내용’은 고시로 지정된 의무사항이다. 소주든 맥주든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모든 주류용기에는 지정된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고시의 경고 문구는 세 가진데 그 중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 문구가 잘못 쓰였다. 해당 문구는 문장 안에 세 가.. 2020. 9. 15.
대통령의 비문(非文) 이명박 대통령의 비문법적 문장 이 대통령의 맞춤법은 이미 온 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으니 한두 개 맞춤법이 어긋나는 것쯤이야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번 타계한 박경리 선생을 조문하면서 방명록에 남긴 말씀은 단순히 표기에 어긋난 맞춤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이나라 강산을 사랑하시는 문학의 큰별께서 고히 잠드소서.”라고 썼다. 이 문장에서 띄어쓰기가 바르지 않다든가, ‘고이’를 ‘고히’로 쓴 것쯤은 애교로 넘길 수도 있겠다. 문제는 고인이 된 사람의 행위를 현재 시제인 ‘사랑하시는’으로 쓴 것을 포함, 이 문장이 문법에 어긋난, 이른바 ‘비문(非文)’이라는 데 있다. 이 문장이 비문이 되는 이유는 주어인 ‘큰 별께서’와 서술어인 ‘잠드소서’가 서로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 쓰.. 2020. 5. 9.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말글 살이 이야기 - 가겨찻집’를 시작하면서 새로 방 한 칸을 들인다. 내 블로그는 네 칸짜리 ‘띠집’인데 여기 또 한 칸을 들이면 ‘누옥(陋屋)’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 칸을 넘으면 이미 ‘수간 모옥(數間茅屋)’에 넘치니 꼼짝없이 ‘띠집’[모옥(茅屋)]을 졸업해야 할 듯도 하다. 새로 들이는 칸의 이름은 ‘가겨 찻집’이다. 한겨레 18°의 고정 꼭지였던 ‘말글 찻집’을 본뜬 이름이다. 워낙 그 꼭지 이름이 가진 울림이 좋아서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걸 감수하고 본떠서 쓴다. ‘가겨’는 물론 ‘가갸거겨’를 줄인 것. 나는 여기다 우리 말글살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으려 한다. 오랜 망설임과 주저가 있었다. 물론 망설임의 까닭도 여럿이다. 아이들에게 겨레말을 가르쳐 온 지 스무 해가 넘었.. 201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