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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문학4

삼월을 맞으며 20년 만에 여학교로 돌아와서 3월이다. 내 탁상 달력에는 ‘온봄달’이라 이름 붙이고 있는데, 그 ‘온’의 의미가 잘 짚이지 않는다. 아마 ‘온전하다’는 의미인 듯한데, 따로 사전을 찾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짐작하고 만다. 1일은 3·1절. 오늘 저녁에는 시(市)에서 ‘횃불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연다고 한다. 행사 사진을 몇 장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찌감치 행사장 인근의 건물을 물색해 사진 찍을 장소를 봐 둬야 하는데, 썩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삼각대를 설치해 야경을 찍은 경험이 없어서다. 안동은 최초의 항일 독립운동인 ‘갑오의병(1894)’이 봉기한 곳으로 경술국치를 전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국한 지사를 열 분(전국 60여 분)이나 낳았고, 단일 시군으로는 시도 단위.. 2022. 2. 28.
다시 시작이다, 2013학년도 2013학년도를 시작하며 어저께 입학식과 함께 2013학년도가 시작되었다. 방송고 정보를 맡게 되어서 방송고 교무실로 옮겼다. 방송고의 보직은 교무·학생·정보 등 셋인데 이번에 정보를 맡았던 동료가 만기로 이동하면서 비게 된 자리로 오게 된 것이다. 방송고 교무실은 교사 셋이 책상 세 개를 맞대놓고 의좋게 근무하는 미니 교무실이다. 굳이 보직을 맡을 일은 없으나 이리로 오기 위해선 보직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자리를 원했던 동료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본교에 비기면 업무 부담이 무겁지 않다. 별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거나 시간 여유를 갖고 싶은 이들이 이 자리를 희망했던 것이다. 교감 선생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력으로 .. 2021. 3. 6.
세기를 넘는, 젊은 시인과 혁명가의 만남 안도현 시집 문학 시간에 안도현을 가르치면서 방학식 다음 날부터 시작된 보충수업, 어제는 언어영역 문학 문제집에서 안도현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배웠다. 같은 쪽에 실린 고은의 ‘머슴 대길이’와 고정희의 ‘우리 동네 구자명 씨’도 같이 배웠다. 새삼스레 ‘가르쳤다’고 하지 않고 ‘배웠다’로 쓰는 까닭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나는 스스로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이 나라 문학 공부는 거기가 거기다. 정형화된 의미와 상징, 주제로 깡총하게 정리된 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문학 교실. 어떤 가외의 해석과 의미도 용납하지 않는 교실에서 노래는 화석이 된다.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거부한 것도 그런 우려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읽는 것만으로 그 뜻을.. 2021. 1. 8.
띠동갑 내 ‘첫사랑’이 다녀갔다 띠동갑 내 첫 제자들과 만나다 지난 월요일에 띠동갑인 내 첫 제자들이 다녀갔다. 그간 내왕하던 두 아이를 출판기념 모임에 초대했더니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두 넷이 겸사겸사 구미를 찾은 것이다. 부산과 경주, 밀양과 대구에서 각각 달려온 이들은 올에 쉰둘, 나와 열두 살 차 띠동갑이다. 스물아홉에 만난 열일곱 여고생 스물아홉,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부임한 경주의 어느 시골 여학교에서 나는 이들, 열일곱 살짜리 여학생을 만났다. 담임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내리 3년을 가르쳤다. 이들을 내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관련 글 :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나는 꽤 오랫동안 내게 배운 아이들을 ‘제자’라고 부르는 것을 삼갔다. 글쎄, “‘스승’은 없고 ‘선생’만, ‘제자’는 없고 ‘학생’만 있다”.. 2019.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