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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닫힌 교문을 열며2

노동 2제(題) - 불온한 시대, 불온한 언어 하나 : ‘노동(勞動)’과 ‘근로(勤勞)’ 사이 언어는 기본적으로 시대나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당대의 세계 파악 방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 땅 곳곳에 팬 역사와 슬픔의 생채기만큼이나 우리 시대의 말은 숱한 앙금과 그늘로 얼룩져 있는 듯하다. 그 가장 오래되고 시방도 계속되는 원인은 이 땅을 동강 낸 이데올로기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공산주의, 이른바 빨갱이 앞에 중무장한 ‘맹목의 반공주의’다.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독재 정권을 끝내고 세 번째 민간 정부를 맞았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반공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유명한 ‘government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의 ‘peopl.. 2023. 5. 1.
노래, 오래된 기억들 변혁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들 지난해 어느 활동가의 장례식에서였다. 의식 가운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무심코 시작했는데, 한때는 입만 떼면 부르던 그 노래가 갑자기 너무 낯설게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알았다. 설마, 하면서도 나는 노래의 중간쯤에서 이미 가사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 변혁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들 바보처럼 소리 없이 입만 벌리다가 노래 말미께서 간신히 그 익숙했던 노래를 따라잡았다. 의례가 끝났을 때 나는 갑자기 내가 그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부터 집회에 가는 날보다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그예 집회와는 무관한 일상에 푹 파묻히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80년대와 90년대 .. 2019.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