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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노동6

브레히트 ‘독서하는 노동자의 질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독서하는 노동자의 질문’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엘(L)’ 자 - 사랑, 자유, 노동 영화 (1992)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엘(L)’ 자”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각각 ’사랑(Love), ‘자유(Liberty)’, ‘노동(Labor)’이다. 앞의 ‘사랑’과 ‘자유’가 마음의 영역과 가깝다면 ‘노동’은 몸과 이웃한 영역이다.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형식의 활동이다. 노동을 ‘정신’과 ‘육체’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건 일종의 관행처럼 보인다. 몸의 근력을 소비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게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그런 구분에 익숙하다. 노동은 눈에 보이는 상품 생산을 위한 활동일 뿐이라는 생각을 잘 넘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내겐 전.. 2023. 5. 2.
노동 2제(題) - 불온한 시대, 불온한 언어 하나 : ‘노동(勞動)’과 ‘근로(勤勞)’ 사이 언어는 기본적으로 시대나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당대의 세계 파악 방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 땅 곳곳에 팬 역사와 슬픔의 생채기만큼이나 우리 시대의 말은 숱한 앙금과 그늘로 얼룩져 있는 듯하다. 그 가장 오래되고 시방도 계속되는 원인은 이 땅을 동강 낸 이데올로기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공산주의, 이른바 빨갱이 앞에 중무장한 ‘맹목의 반공주의’다.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독재 정권을 끝내고 세 번째 민간 정부를 맞았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반공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유명한 ‘government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의 ‘peopl.. 2023. 5. 1.
<작은책>과 사람들 오늘 오후에 월간 두 권을 받았다. 2008년 1월호. 인근에 사는 리 선생(그는 국어 교사이면서도 자기 성을 ‘이’가 아닌 ‘리’로 쓰고 싶어 한다. 그의 뜻을 존중하는 뜻에서 나도 ‘리’로 쓴다.)이 보내준 것이다. 낯설지는 않으나 은 처음이다. 책을 뒤적이다가 나는 내가 이 책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게서 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게 지난 15일이다. “월간 이라고 아시는지? 혹 구독하고 계시는지?” 나는 심드렁하게 답을 보냈다. “아는데 보고픈 생각은 별로야.” “두 권씩 보내드릴 테니 1권은 이상윤 씨 따님에게……, 안 될까요? 문상도 못 갔는데…….” 이 친구는 원래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 물론 그는 고 이상윤을 모른다. 나와 오랫동.. 2020. 12. 27.
‘인민’과 ‘국민’ 사이, 잃어버린 언어들 ‘인민’은 공산주의 전용 어휘인가 지난 11·14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완강한 시민사회 진영의 저항에 놀란 수구 세력들이 반격에 나선 가운데 가 노린 한 수(!)가 헛발질이라는 게 밝혀졌단다. 이는 같은 날 베풀어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연설 중 ‘인민’이란 표현을 썼다면서 기사와 사설로 이념 공세를 편 결과에서다. [관련 기사] ‘빈민’을 ‘인민’으로 들은 의 헛발질 ‘인민’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는 전교조의 강력한 항의에 결국 는 꼬리를 내렸다. 확인 결과 ‘빈민’을 ‘인민’으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사과하며 인터넷판에서 해당 기사와 사설을 삭제하는 등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이는 뭔가 꼬투리를 잡아 이들에게 이념 공세를 펴야겠다는 의욕의 과잉이 초래한 일.. 2020. 6. 24.
그, 혹은 나의 초가삼간(Ⅱ) 누구나 꿈꾸는 우리의 초가삼간 내 친구 장(張)이 남 먼저 명예퇴직을 하고 의성의 어느 골짜기로 귀촌한 지 이태째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도시를 전전하며 살아온 그가 시골 산등성이의 복숭아밭 육백여 평을 사고 거기다 조립식 주택과 황토방을 짓고 살 거라 했을 때 반신반의한 것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농사일은 그만두고라도 시골살이의 속내를 잘 아는 것도 아니요, 어디 주말농장 같은 데서 텃밭 농사의 경험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땅을 사고 거기다 집을 짓기 시작하는 것[관련 글]을 보면서도 솔직히 내겐 그가 자신이 살아온 가락에 썩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관련 글 : 그, 혹은 나의 초가삼간(Ⅰ)] 그러나 그는 그 맨땅에다 15평의 훌륭한 조립식 본채를 세웠.. 2019. 8. 21.
초농기(初農記), 첫 농사의 기록 학교 한귀퉁이의 텃밭에 지은 첫 농사 올봄에 학교 가녘에 있는 밭의, 한 세 이랑쯤의 땅을 분양받았었습니다. 물론 이 분양은 소유권이 아닌 경작권에 대한 것입니다. 분양을 받고서 한동안은 엄두가 나지 않아 버려두었다가 가족들과 함께 일구고, 비닐을 깔고, 고추와 가지, 그리고 상추 등속을 심었지요. 이게 제대로 자라기나 할까,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채. 그러나, 씨앗들은 주인의 의구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릇파릇 움을 틔워 새잎으로 자라났습니다. 의심 많은 임자는 그제야 새잎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주는 기쁨에 조금은 우쭐대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수업이 빌 때마다 거기 들러 그 녀석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 주는 보람은 남달랐지요. 농촌에서 나고 자랐지만, 따로 농사짓기의 경험이 없.. 2019.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