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노년2

노화, 그 우울한 길목에서(1) 잔병과 약 치레로 지새는 나날들 나는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일곱이 되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로 치면 예순여섯이다. 이른바 경로 우대는 지난해부터 받았는데, 그런 대우를 받는 게 얼마간 민망하면서도 한편으로 생광스럽기도 했다. 말하자면 나는 내 생물학적 노화의 혜택 앞에서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거였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확인되는 나의 ‘노화’ 나는 노화를 받아들이긴 해도 자신을 ‘노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의 장소에서 ‘어르신’이나 ‘할아버지’ 따위를 불릴 때 씁쓸해지는 기분으로 타인의 시선에 잡힌 나의 ‘노화’를 확인하곤 했다. 내가 아무리 부인해도 내가 ‘경로 우대’라는 국가의 부조를 받고 있고, 이웃들로부터 ‘노인’으로 이해되고 있음은 사실인 까닭.. 2022. 12. 19.
사랑은 늘그막에 새롭게 시작되는가 노년의 사랑 어떤 작가는 아내는 ‘장롱’ 같은 존재라고 했다. 아내는 장롱처럼 늘 거기 있다. 그래서 그 존재의 의미를 따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 자신의 ‘부재’를 통해 그 존재의 의미를 절절히 깨닫게 해 준다는 얘기다. 그건 자유가 ‘공기’ 같다는 오래된 비유와도 같은 맥락이겠다. 아내는 ‘장롱’이다? 모든 남편에게 당신의 아내는 당신에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떨까. 그 질문에 서슴없이 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자신에게 묻는다. 아내는 내게 무엇인가. 마땅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혼인으로 부부가 되면서 우리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유보해 버리기 때문이다. 삶에서 아내나 남편을 바라보는 눈길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우리는 ‘반려(伴侶)’라 하여 배우자를 .. 2019.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