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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경주3

[오늘] 우당 이회영,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32년 11월 17일 – 이회영 뤼순 감옥에서 순국 1932년 11월 17일, 예순여섯의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 1867~1932) 선생이 중국 다롄(大連)의 뤼순(旅順) 감옥 36호 감방에서 눈을 감았다. 11월 5일, 상하이에서 영국 선적의 남창호(南昌號)로 다롄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된 지 12일 만이었다. 다롄경찰서에서 열흘 넘게 혹독한 심문을 받았지만, 그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고 본적지 조회조차 거부했다. 그의 유해를 모시러 간 딸 규숙에 따르면 그의 안면을 확인하니 ‘선혈이 낭자하였고 타파오(大袍, 중국 의복)에도 선혈이 많이 묻어 있었다’. 우당이 상하이를 떠나 다롄으로 향한 것은 만주의 연락 근거지 확보와 지하공작 망 조직, 주만(駐滿) 일본군 .. 2023. 11. 17.
삶, 긴 강을 흐르는 물 [서평] 강석경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 작가 강석경이 중편 「숲속의 방」을 발표한 것은 1985년이고 내가 그 작품을 읽은 것은 그 이듬해쯤일 듯하다. 그때, 나는 3년 차 햇병아리 교사로 경주 인근의 한 여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경주에 나가서 오랜 탐색 끝에 산, 한 꾸러미의 책 가운데 초록색 표지의 『숲속의 방』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어느 운동권 여학생의 방황과 자살’을 다룬 소설이라는 기억만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데, 당시의 내 느낌은 ‘배부른 중산층의 관념 놀이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깜깜했던 80년대 전반기에 학교를 다녔던지라 운동권의 정서 따위에 무지했던 탓도 있지만, 중산층 출신이라고 지레 단정해 버린 작가 강석경에 대한 선입견도 작용했지 않았나 싶다. 지.. 2019. 8. 21.
기구하여라 ‘덴동 어미’, 그 운명을 넘었네 [안동 시가 기행 ⑨]내방가사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더듬으며 ‘국문 시가’를 찾는 이 기행도 이제 막바지다. 그러나 이 성긴 기행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문학사에서 한글 시가의 유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해 준다. 안동 인근에서 역동 우탁, 농암 이현보, 송암 권호문, 퇴계 이황, 청음 김상헌, 갈봉 김득연의 자취를 뒤졌다면 타시군은 고작 영덕의 존재 이휘일, 영주의 근재 안축의 흔적을 더듬었을 뿐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경북 북부의 열한 개 시군에서 나는 더는 한글 시가를 찾지 못했다. 만약 내가 찾지 못한 한글 시가가 남아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경로로든 햇빛을 보지 못한 노래일 가능성이 클 듯하다. 이번 기행에서 처음으로 70여 수의 시조를 남긴 갈봉 김득연을 만나게 된 것도 그의 시가.. 2019.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