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지는 않아도 그 존재가 당당하다
[풀꽃 이야기] 애기봄맞이, 괭이밥, 개꽃마리, 주름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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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0만, 경상북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외곽으로 나오면 논밭이 펼쳐지는 곳이 구미다. 북봉산(北峯山) 아래 자리 잡은 우리 동네는 더 말할 게 없다. 산을 등지고 선 26층짜리 아파트의 16층에 살지만, 여름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자면, 아침에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나는 이 생활을 나는 느꺼워하며 살고 있다.
산과 들이 지척에 있고, 나무와 숲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 도회의 시공은 어쨌든 축복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들어서는 주변에 모과나무도 새롭게 만났고, 울타리 근처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풀꽃도 여럿 만났다. 눈에 잘 띄지도, 사진으로 찍기도 쉽지 않을 만큼 작은 이 풀꽃들의 이름을 찾으면서 우리의 앎이란 참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4종의 풀꽃을 소개한다. 그러나 꽃의 생김새와 생태를 전문 용어로 서술한 정보는 사실상 별로 요긴하지 않다. 꽃의 모습을 보고 그 이름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도 족하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 ‘이름 모를’이라고 표현되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고 보잘것없는 풀꽃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존재가 당당하다.
꽃마리와 괭이밥은 관속(管束)식물, 또는 관다발식물로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관다발’은 어떤 식물의 줄기를 막론하고 속에 세로로 통하는 가늘고 긴 세포의 다발이라고 한다. 더 쉬운 해설을 보이지 않는다. 애기봄맞이와 주름잎은 한해살이풀이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 다양성’의 해설에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만 간단히 붙인다.
1. 꽃마리
꿀풀목 지치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다. 잎자루와 잎 가장자리에 털이 난다. 지름 2~3mm의 꽃은 3~5월에 피고, 8월에 열매가 익는다. 초지, 길가, 들판, 언덕 등지의 저지대에 흔하게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어린잎을 식용하며, 꽃따지, 잣냉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온대 아시아와 유럽 등에 분포한다.
2. 괭이밥
쥐손이풀목 괭이밥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다. 햇볕이 잘 드는 길가, 공터, 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4~10월에 노란 꽃이 피며, 어린잎은 식용하며, 전초(全草 : 잎, 줄기, 꽃, 뿌리 따위를 가진 옹근 풀포기)는 약용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 분포한다.
3. 애기봄맞이
들, 길가, 논 주변 등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열매는 6월에 결실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러시아 극동, 몽골, 중국 만주, 유럽, 북미 등에 분포한다.
4. 주름잎
저지대 유휴 농지나 풀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5~8월에 길이 1~1.2cm 정도이며 깔때기 모양의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일본, 타이완, 중국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한다. 고초풀, 담배깡랭이, 담배풀, 선담배불이라고도 부른다.
송찬호 시인이 아주 흥미롭게 비유해 묘사한 시 ‘봄’을 읽으며 무르익는 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2025. 5. 1. 낮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