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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31

‘팥죽 민심’? 끓고 있기는 한가 ‘팥죽 민심’, 정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출발한 를 후원한 지 얼마나 되었나. 모르긴 몰라도 그건 우리 시대의 언론이 맥을 놓고 망가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칠 터이다. ‘탐사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새로 출발하긴 했지만 는 말 그대로 ‘뉴스를 타파’하고자 한 대안 매체였으니 이는 곧 권력 앞에서의 순치(馴致)된 기존 언론의 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지난해 11월께 에서 새해 달력을 희망하면 누리집에 주소를 등록하라고 해 했더니 해가 바뀐 둘째 날에 탁상용 달력을 보내왔다. 예의 신영복 선생이 쓴 멋진 제호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선명하게 박힌, 세로로 세우는 12장짜리 달력이다. 달력이 인쇄된 면의 반대쪽은 회원들의 사진과 일상을 담았다. 동해에서 농사를 짓는 이, 여수의 안경사, 대구에서 찜 .. 2021. 1. 10.
세기를 넘는, 젊은 시인과 혁명가의 만남 안도현 시집 문학 시간에 안도현을 가르치면서 방학식 다음 날부터 시작된 보충수업, 어제는 언어영역 문학 문제집에서 안도현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배웠다. 같은 쪽에 실린 고은의 ‘머슴 대길이’와 고정희의 ‘우리 동네 구자명 씨’도 같이 배웠다. 새삼스레 ‘가르쳤다’고 하지 않고 ‘배웠다’로 쓰는 까닭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나는 스스로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이 나라 문학 공부는 거기가 거기다. 정형화된 의미와 상징, 주제로 깡총하게 정리된 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문학 교실. 어떤 가외의 해석과 의미도 용납하지 않는 교실에서 노래는 화석이 된다.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거부한 것도 그런 우려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읽는 것만으로 그 뜻을.. 2021. 1. 8.
가시지 않는 통증, ‘수지침’ 세트를 꺼내다 어깨 통증 때문에 잊었던 ‘수지침’을 떠올리다 1989년 여름에 해직되었다가 1994년 봄에 복직했던 동료들 사이엔 해직 기간의 ‘3가지 성취’가 이야기되곤 했다. 첫째가 운전면허 취득이었고, 둘째가 컴퓨터 공부, 셋째가 수지침(手指針) 공부였다. 4년 반에 이르는 해직 기간은 비록 교단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걸 익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글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걸 이루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나도 거기에 낄 수 있었다. 1991년 1월에 운전면허를 땄고, 해직 기간에 286에이티(AT) 컴퓨터를 장만하여 부지런히 컴퓨터를 공부했고, 연수를 통해 흉내를 낼 정도의 수지침을 배웠기 때문이었다. 1989년 겨울에 우리는 이삼일쯤 말미를 내어 서울에.. 2021. 1. 7.
혁신유림 이은 항일 지식인, 일제와 싸우다 쓰러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③] 제3차 조선공산당(안광천) 조직부장 김남수(1899~1945)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48년 2월이었고, 69년 뒤인 1917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식민지 치하에 조선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1925년 4월이었다. 조선공산당은 ‘조선혁명’의 과제를 민족해방혁명,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과업을 수행하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후 38도선 이남에 친미 반공 국가가 세워지면서 잊히기 시작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이들이 벌인 계급투쟁도,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도 이념 저편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조선공산당 창당을 전후한, 이 잊힌 혁명가들의 삶과 투쟁을 돌아본다. 구한말 애.. 2021. 1. 7.
‘밝혀진 바’와 ‘밝혀진바’는 어떻게 다른가 [가겨찻집] 의존 명사 ‘바’와 연결어미 ‘ㄴ바’의 구분 흔히 ‘의존 명사’로만 알려진 ‘바’는 때에 따라서는 어미 ‘-ㄴ바’의 형식으로도 쓰인다. 아래 예문을 보자. ⑴ 회의에서 심의한 바를 발표하겠습니다. ⑵ 규정을 심의한바 몇 가지 빠진 게 있었다. 예문 ⑴의 ‘심의한 바’와 ⑵에 쓰인 ‘심의한바’는 띄어쓰기만 다를 뿐 같은 낱말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문법적 차이는 ⑴은 동사의 관형사형 ‘심의한’에 의존 명사 ‘바’로, ⑵는 어간 ‘심의하’에다 어미 ‘ㄴ바’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의존 명사 ‘바’ 은 의존 명사 ‘바’의 뜻을 네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⑴앞에서 말한 내용 그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 ⑵일의 방법이나 방도, ⑶앞말이 나타내는 일의 기회나 그리된 형편의 뜻을 나타내는 .. 2021. 1. 6.
삼성, ‘선별 광고’도 ‘반칙’이다 비판 언론 , 에 대한 삼성의 ‘선별 광고’ 2010년 1월 1일, 신년호를 나는 무심히 읽고 지나쳤나 보다. 1면 하단에 ‘삼성’의 광고가 실려 있었다고 했다. 삼성이 에 광고를 ‘뺀’ 게 2007년이니 거의 2년여 만이다. (지난해 단발성 광고가 한번 나간 적이 있긴 하다) 새해 아침이라 정신이 맑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만 나는 ‘삼성이 에 광고를 중단한 사실’을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다. 신년호에 ‘삼성 광고’가 나갔다는 사실을 나는 1월 4일 자 에서 확인했다. 의 기사 제목은 “삼성, 2년여 만에 경향·한겨레에 광고/신년호에 게재…광고 정상화 기대에 삼성은 “아직…”이다. 나는 신년호를 뒤져 1면 하단에 실린 ‘삼성 광고’를 확인했다. 피디에프(PDF)를 통해 5면에 실린 비슷한 광고도 확인할 수 .. 2021. 1. 6.
‘더럽고 냄새나야 근로 능력 없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근로능력 판단 기준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2009-243(근로 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의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고시에서 말하는 ‘근로 능력 판단 기준’은 국민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판별하는 기준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질병·부상으로 인해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으려면 의료기관에서 받은 근로능력 평가용 진단서를 제출하면 되었다. 그러나 올 1월 1일부터는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내는 것 외에 시군구청 담당 공무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다. ‘환상적’ 근로 능력 평가 기준 그런데 이 공무원에게 맡겨진.. 2021. 1. 5.
갑오 2주갑(周甲), 다시 동학년(東學年)을 생각한다 동학농민혁명(1894) 이후 120년이 지났다(2014년)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째, 1954년에 이은 두 번째 60년, 즉 2주갑(周甲)이다. 갑오년은 한편으로 ‘갑오개혁’이 이루어진 해로도 역사에 기록된다.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갑오개혁’을 ‘갑오경장(更張)’으로 배웠다. 갑오 농민혁명(1894) 2주갑(2014) 120년 전 갑오년에 일어난 두 역사적 사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갑오경장’을 더 친숙하게 느꼈나 보다. 박 대통령은 ‘120년 만의 갑오경장’을 환기하며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단다. 친절하게 ‘경장(更張)’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풀.. 2021. 1. 4.
은퇴, 혹은 세대교체 오는 2월 말을 끝으로 나는 교직을 떠나게 되었다. 1984년부터 선 교단에 머문 시간은 31년, 정년을 세 해나 남기고 나는 이 ‘혹성’을 탈출한다. 동갑내기 친구들 가운데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퇴직했기 때문이다. 2, 3년 전부터 예고된 50대 중후반 세대들의 은퇴 러시에 어느덧 나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른바 베이비붐(baby boom) 세대,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인구가 급증할 때 태어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5%인 714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한평생 가정과 사회를 위해 애썼지만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65.. 2021. 1. 3.
겨울나기 ‘내복’과 차표 ‘사고’ 내복 입기, 그리고 차표 실수를 몇 차례 저지르다 이번 겨울을 나면서 여느 겨울과 달라진 것은 간간이 내복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내복을 벗어버린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복을 입으면 따뜻해서 든든하다기보다는 답답한 느낌이 컸던 것은 한창때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 무렵엔 옷을 입어도 맵시가 통 나지 않는다며 내복을 입는 친구도 거의 없었다. 군 복무 시절엔 멋보다는 방한이 더 요긴한 문제여서 지급받은 겨울 내의를 절도록 입고 지냈다. 겨울을 나면서 내의를 빨아보면 서너 번씩 헹구어도 아크릴 사(絲)의 갈색 내복에선 땟물이 끝도 없이 우러나올 정도였다. 제대하고 나선 다시 내복과 멀어졌다. 아예 안 입은 것은 아니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내복을 챙겨 입곤 했지만, 그런 날이 겨우내 몇 .. 2021. 1. 2.
죽음, 혹은 영면(永眠) 강남희 1940~2007.12.27. 형수님이 돌아가셨다. 지난 27일 오전 6시께. 급성 신부전증으로 투병했는데 좀 회복되는가 했더니 병마는 이미 당신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향년 68세. 얼마든지 더 살아 있어야 할 나이다. 떠날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사람의 슬픔은 더 컸다. 아니다. 당신이 산 세월이 워낙 고단해서 자식들의 비통함이 더 컸는지 모른다. 고인의 지아비, 그러니까 내 형님이 세상을 뜨신 게 1992년이니 15년 만에 내외는 이승이 아닌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것인가. 음력으로 치면 형님이 세상을 버린 날짜 하루 전이다. 정작 생전에 내외의 정리는 그렇지 못했으니 이건 웬 반어인가. ‘천생연분’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착잡해진 이유도 거기 있다. 형수가 우리 ‘.. 2020. 12. 31.
공익 제보자와 ‘조직 배신자’ 사이 ‘공익’ 앞에 눈을 감는 우리 사회의 ‘조직인’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살인’과 진배없다는 해고 앞에 우리는 무심해져 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번쩍 떴다가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그런데 이 사람은 공익 제보자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케이티(KT)가 국제전화를 가장한 별도의 국내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내부 고발했던 이해관(49) KT 새 노조위원장이 바로 그다. [관련 기사] 해고 사유는 간단하다. KT는 “병가 신청이 승인되지 않았는데도 10일 넘게 근무지를 이탈하고, 시상식 참여를 위해서 무단 조퇴했다”라며 이 위원장을 해임 처분했다. 줄이면 ‘무단이탈’과 ‘무단조퇴’를 번갈아 했다는 얘긴데 사실 징계 사유는 ‘무단조퇴’가 먼저였다. 공익제보와 ‘해고’ 사이.. 2020. 12. 31.